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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수 강경파가 ‘黨論’ 쥐락펴락…의회민주주의 길을 잃다
재적의원 30% 육박하는

여야 협상파 대화해결 노력

무조건 안된다 부르짖는

野지도부 정치 셈법에 밀려



FTA비준 찬반 문제 넘어

당리당략에 목매는 국회

기성정치의 환부 드러내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약속을 받아오라(민주당)→재협상 요구하겠다. 오바마 대통령만 믿지 말고 우리나라 대통령을 믿어 달라(이명박 대통령)→한국이 요구하면 다시 논의할 수 있다(미국 통상 관계자)→재협상 뒤에 비준하겠다(민주당)→FTA를 아예 깨자는 거냐(한나라당).’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국회 내 반(反)의회주의자들이 판을 깨고 밥상을 걷어차고 있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찬성과 반대의 차원을 넘어섰다. 민주당 지도부 등 국회에서 소수로 전락한 강경파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인 ‘정치(政治)’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협상 제안과 미국 정부의 수용 의사, 그리고 재적 3분의 1에 가까운 여야 의원 90명의 협상 노력에도, 이들 매파는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은 채 해묵은 ‘폭력의 외나무다리’를 재촉했다. ‘나를 밟고 가라’는 환영받지 못할 원맨쇼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16일 오전 이 대통령의 제안 내용을 의제로 긴급 의총을 열었지만 뾰족한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사태를 주시해온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제 표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제안을 거부하면 한나라당은 직권상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FTA는 이르면 오는 24일께 ‘여당의 강행, 야당의 실력 저지’라는 구도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52년 이승만 정부의 발췌개헌안에 반대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이 버스에 실려 통째로 사라진 이래, 국회의 역사는 다수당의 횡포와 소수당의 물리력 행사로 얼룩져왔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난해 12월에도 정부 예산안은 여야의 물리적 충돌 끝에 강행 처리됐다.

국민소득이 60달러에서 2만달러로 300배 이상 커온 동안에도 국회는 ‘쟁점 법안→다수당의 밀어붙이기→소수당의 저항→정국 대치→몸싸움→강행 처리’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한ㆍ미 FTA 비준안 처리는 지긋지긋한 ‘도돌이표 정치’를 끊을 절호의 기회였다. 국민은 지난 10ㆍ26 재보선 정국에서 이른바 ‘안철수 바람’을 통해 기성 정치권에 최후통첩장을 던졌다.

국회 내에서도 작년 말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한나라당 22명 의원이 “앞으로 물리적 의사진행에 동참하면 총선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고, 최근 FTA 정국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협상파들은 물밑 대화를 통해 절차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돌아가는 형국은 국민의 매서운 질타도, 협상파의 노력도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협상파의 한 초선 의원은 “강경파들의 기조가 강하니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면서 “결과는 제압당하느냐, 합의 처리를 이어가느냐인데 여기에서 진압당하면 협상파의 불씨가 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항상 비판의 대상이지만, 결과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표현 자체가 소소하게 들릴 지경이 됐다”며 “몇몇의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당론 투표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양춘병ㆍ조민선 기자/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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