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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행 벽 허물고 내실 다지고…미래인재 대거 전진배치
대기업들 잇단 인사쇄신 배경·의미
도덕성은 눈감아 줬는데

이제 주요인사 주요잣대로


삼성전자·현대기아차 등

악조건속 호실적 불구

승진규모는 최소화 예고


핵심분야 적임자 발탁

미래먹거리 확보 최우선



연말 임원인사를 한 달여 앞두고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재 상황이 어려운 데다 내년 경제전망마저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허리를 바짝 졸라매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들이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이전 인사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더해지면서 올 임원인사는 말 그대로 오리무중이다.

때문에 벽(Wall)을 허물고, 강한 윤리의식(Ethic)을 가진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승진 규모를 줄이면서도(Short)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이공계(Technology) 인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발탁할 것이라는 ‘WEST’가 연말 재계 인사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연말 인사시즌을 본격적으로 맞이한 재계가 기대감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올해 인사의 특징은 성별 파괴, 학력 파괴, 승진연한 파괴 등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물갈이와 발탁 인사로 요약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올해 초 구본무 LG 회장이 신임 임원들과 만찬을 하면서 격려하는 모습.  [사진제공=LG]

▶관행 깰 새로운 바람 예고
=올 국내 대기업 임원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성별이라는 이전 인사잣대를 허무는 시도가 어느 정도 강하게 이뤄질지 여부다.

재계에서는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삼성의 움직임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올 8월 그룹 내 여성 임원들과의 오찬에서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 이길 수 있고 이겨내야 한다. 사장까지 돼야 한다”면서 여성 CEO 배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 인사가 재계 전체 인사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은 물론 다른 그룹에서도 여성인력 발탁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기업 연말 임원인사와 관련해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도덕성이다. 주요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과 직원을 이끌어야 할 리더십 등을 감안할 때 도덕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조직 내에서 주요 직책을 맡기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서다. 삼성이 직원들의 도덕성 해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한 것이 이 같은 흐름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국내 주요 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예전에는 실적이 뛰어나면 도덕성 부분은 다소 눈을 감아주기도 했지만 이제는 임원 한 사람의 도덕적 결함이 기업 전체를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도덕성이 임원 인사의 주요 잣대로 자라잡았다”고 설명했다.


▶내실 다지면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
=올해 주요 기업 임원인사는 위기 대응을 위해 최대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미래를 책임질 인물을 전진배치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잇따르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다. 물론 삼성전자, 현대ㆍ기아차 등 악조건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올 목표를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때문에 올해 임원인사에서 승진 규모는 최소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고군분투한 것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승진잔치를 벌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올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4대 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승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말로 이러한 분위기를 전했다.

매년 기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성장동력 확보 노력은 올 인사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분야에 적임자를 배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삼성그룹이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에게 그룹의 신수종사업인 의료ㆍ바이오ㆍ헬스케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임무를 맡겼고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임원인사를 실시한 CJ가 향후 그룹의 세계 시장 공략 첨병 역할을 할 제일제당 바이오사업과 성장동력인 헬로비전, 오쇼핑 등에서 대거 승진인사를 단행한 것이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내년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올해 말 국내 대기업 임원인사의 핵심은 예전 관행에서 벗어나 내실을 다지면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나가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상ㆍ이충희 기자/hamle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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