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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네 서점들 “카드수수료 1.5%로 낮춰달라”
“현재 수수료를 1.5%로 낮춰 주기만 해도 1년에 900만원이 절약되고 아르바이트생 1명을 고용할 수 있습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치여 주눅 든 중소서점들이 지난 3일 마포구립 서강도서관에 모여 한 목소리를 냈다. 서점연합회가 ‘서점의 생존전략’이란 주제로 연 포럼에서다. 이날 주제 토론을 맡은 정덕진 한국서적경영인협의회 회장은 “때로 분노가 치밀고 절망도 느낀다”며, 이젠 서점 스스로 생존차원에서 행동해야 할 때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옆 동네서점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에도 한숨만 쉬었던 이들이 카드수수료를 낮춰달라 거리로 나서겠다는데 절박함이 읽힌다.

이들이 지적하는 불공정 거래는 또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의 공급률 차이다. 현재 출판사들은 온라인에는 책 정가의 45%~60%에, 오프라인 서점에는 70~75%에 공급하는게 일반적이다. 온라인 서점은 낮은 입고가로 할인폭이 클 수 밖에 없다. 서점들은 도매가를 5~10%만 낮춰 주기만 해도 살 것 같다는 소리다.

동네서점의 월 평균 수입은 200만원 정도로 얘기된다. 그것도 하루벌이가 그만그만한 중소 서점들이다. 하루 80만원 번다 했을 때 1달내내 일하면 2400만원. 여기에 영업이익률 15%를 적용하면 360만원으로, 임대료 100만원, 기타경비 60만원을 빼면 월 200만원이 떨어진다. 허덕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교섭력을 높이자는 얘기도 이 자리에서 나왔다.

동네서점들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최근 위기감이 커진데엔 과도한 온라인 할인과 전자교과서 도입, e북 확산 등이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기때문이다. 출판생태계의 변화앞에 미국 2위의 체인서점 보더스도 쓰러진 마당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동네서점들이 선전하며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역밀착형으로 동네 주민을 위해 책 읽는 공간을 제공하고 와인과 초콜릿을 서비스하는 등 동네 사랑방 역할을 자처한게 주효했단 얘기다. 북클럽 운영 등을 통해 동네 주민들과 친밀도를 높인 것도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자고 나면 햄버거 가게, 커피숍으로 바뀌는 우리 동네현실과는 딴 판이다.

생명의 진화가 남긴 교훈은 엄중하다. 외부 환경의 거대한 변화에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적응력이 뛰어난 작고 강한 자란 사실이다.

동네서점은 그냥 서점이 아니다. 지역주민들이 일상 너머 다른 곳을 슬몃 꿈꿀 수 있는 공간이다. 굳이 책을 사거나 독서모임에 들지 않아도 버스를 기다리며 진열된 책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꿈의 문이 열리기도 한다. 서점이 없는 동네는 그래서 웬지 허하다.

유안진 시인의 동네 서점 사랑은 각별하다. “슬리퍼를 끌고 나가서 동네를 한 바퀴 휙 돌아다니다가, 문득 서점이 눈에 들어오면, 동네를 읽고 책을 읽는 이중 즐거움을 누린다.”고 한다. 그런데 걱정이다. 시인의 동네에 전에는 몇 집 있던 작은 서점들이 없어지면서 달랑 하나만 남았다.그 집 마저 없어지면 30년째 이어져온 시인의 일상은 흔들릴 것이다.

서점종사자들은 중소서점의 수명을 3년 정도로 본다. 얼마전까지 5년이었는데 2년 단축됐다. 문화부가 출판진흥기구를 만들겠단 소리가 나온게 2년이 다 돼가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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