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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이어 타는 ‘조로’ 조승우…뮤지컬인데 눈만 즐겁다?
조승우가 플라멩코의 리듬에 맞춰 골반을 흔든다. 집시처럼 머리를 기르고, 셔츠를 풀어헤친 야성남의 몸짓. 조승우와 썩 잘 어울린다. 뭇 여성의 로망, 당당한 카리스마와 달콤한 로맨틱함 사이에 위치해 있던 그는 ‘조로’에서 코믹 연기도 불사한다. “나 그지(거지)야. 니가 날 먹여살려 줘”라며 라몬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개콘’에서 나올 법한 말 개그로 관객들을 마구 웃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의의 불사조 ‘조로’로 변신해 곤경에 빠진 민중을 구해낸다. 절도 있는 검술과 액션 연기는 지난여름 그가 흘린 땀방울. 극 중 90%의 액션을 조승우가 직접 소화한다. 지상 3층 높이에 걸린 줄을 타고 활강하거나 긴장감 넘치는 검술 대결 등은 배우들이 왜 10억 상해보험에 들었는지 가늠케 한다.

연말 최대 기대작 뮤지컬 ‘조로’가 지난 4일 개막했다. 2008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 시 뜨거운 호응을 얻은 대작 뮤지컬 ‘조로’는 개막 자체로 뉴스였다. 19세기 초 미국 캘리포니아를 지배하고 있던 스페인 귀족 돈 알레한드로의 아들 디에고는 아버지의 명에 따라 스페인 군사학교에 입학한다. 하지만 그 사이 디에고의 친구 라몬은 돈 알레한드로를 배신하고 지하감옥에 가둔다. 디에고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집시 무리와 함께 방랑생활을 즐긴다. 그러다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고향에 돌아온 디에고는 라몬의 폭정에 항의하기 위해 ‘조로’로 변신해 고달픈 민중의 삶을 변화시킨다.


작품은 ‘쇼뮤지컬’답게 불쇼, 와이어 액션, 검술, 마술 등 다양한 볼거리를 쏟아낸다. 거기에 세련미 넘치는 집시킹스의 음악을 기반으로 한 뮤지컬 넘버까지, 국내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뮤지컬을 선보였다. 작품 타이틀은 ‘조로’지만, 주연 배우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건 아니다. 무대를 꽉 채운 20여명의 앙상블. 그들이 단련한 플라멩코 군무는 압권이었다. 특히 작품의 주제인 ‘자유와 정의를 향한 민중의 부르짖음’은 앙상블의 연기에서 뿜어져 나왔다. 라몬의 폭정에 시달리던 민중이 “내게 자유를, 내게 평화를”이라고 부르짖으며 분노의 플라멩코를 추는 장면. 민중의 서글픔은 그들의 몸으로, 발짓으로 표출됐다. 커튼콜 때도 주연 배우 몇몇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지 않고, 20인 앙상블에게 골고루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아쉬움도 큰 법. 3시간10분(인터미션 포함)에 달하는 러닝타임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특히 2막부터 조금씩 늘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제작사 쇼팩 관계자는 “각색을 하면서 디에고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보강했다. 웨스트엔드 버전과 10분 정도 차이가 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 주인공들의 노래를 들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도 뮤지컬로서 아쉬운 점이다. 가사가 있는 뮤지컬 넘버는 모두 17곡. 관객 김은아(31) 씨는 “뮤지컬을 기대하고 와서 많이 아쉬웠다”며 “특히 주연 배우들의 솔로곡이 1~2곡에 불과해 ‘뮤지컬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장과 작품의 궁합은 대체로 합격점이었다. 서울 한남동에 국내 최대 규모(1760석)의 뮤지컬 전용극장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은 뮤지컬에 가장 중요한 음향을 수준급으로 구현했다. 소리의 새어 나감 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음향은 스펙터클한 대작 뮤지컬과 잘 맞아떨어졌다. 다만 개관 전 1760석 중 사석(死席)이 한 자리도 없음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3층 객석 일부에서 시야가 가려져 항의가 쏟아졌다. 이같은 불편에 대해 공연장 측은 발빠르게 대처했다. (주)인터파크씨어터 측 관계자는 "첫 공연 직후 3층 1열 의자를 뜯고 뒤쪽으로 배치, 3층 1열과 2열의 층고를 높였다"고 밝혔다. 내년 1월 15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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