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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사은품의 비밀
“매장에 계신 고객님들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30만원 이상 구매하신 고객님께 증정하는 사은품은 오늘 준비된 물량이 다 소진됐습니다.”

지난달 한 백화점 매장 안에 안내방송이 울려퍼지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매대에서 부지런히 티셔츠를 살피던 한 30대 여성은 방송에 귀를 기울이더니 안타깝다는 듯이 뒤적이던 옷을 내려놨다. 이 여성은 “4만원만 더 채우면 사은품을 받을 수 있어 옷이라도 한 벌 살까 했는데 노리던 사은품이 다 나가버려서 구매액을 채워도 소용 없게 됐다”며 연신 아쉬운 한숨을 내쉬었다.

사은품이 난데없이 백화점의 히트상품이 됐다. 백화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증정했던 사은품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실시된 가을세일에서 현대백화점은 사은품으로 내걸었던 ‘올라카일리’ 쇼핑백과 ‘비비안웨스트우드’ 스카프 3만장을 모두 소진시켰다. 보통 사은품 소진율이 60~7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박홍근’의 침구를 사은품으로 준비했던 롯데백화점도 사은품이 모두 동났다. 이처럼 사은품이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다른 사은품과 ‘DNA’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기 사은품은 세제, 휴지, 비닐랩 일색에서 벗어난 희귀한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사은품은 유통업체에 고매출을 안겨주는 일등공신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5월 현대백화점이 오일릴리의 피크닉백을 사은품으로 선보인 이후 다음 달인 6~7월 오일릴리 매장의 방문객은 50%나 늘었고 매출도 40%나 뛰었다.

사은품은 백화점뿐 아니라 입점업체에도 매출이나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플러스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사은품 기획은 백화점에서 하루에 20만~30만원 상당을 소비하는 VIP 고객에게 신제품을 알리는 홍보수단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사은품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입점 업체들마다 사은품 기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명 침구 제작사인 ‘박홍근’은 아예 이번 가을 신상품으로 준비했던 제품을 사은품으로 돌렸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입점업체와 사은품 협업을 하려면 삼고초려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업체들이 백화점에 협업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며 달라진 풍속도를 전했다.

백화점들은 이 같은 신풍속도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인기 사은품 추가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입점업체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고급스럽고 실용적인 제품에 초점을 맞춰 백화점 사은품을 기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백화점은 이 같은 차별점을 살리기 위해 시제품만 30여개를 제작하고, 공동품평회를 10여 차례 진행하는 등 사은품 보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예 해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앤 애드워드와 공동으로 사은품을 자체 제작한 뒤 바겐세일 행사장에서 고객에게 해당 사은품을 나눠주고 있다. ‘소니아리키엘’이나 ‘멀버리’ 등 새롭게 떠오르는 명품 브랜드들과 공동 기획한 사은품도 내놔 고급스런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입점업체와 협업해 제작한 사은품을 내놓으면 고객만족도가 일반 사은품보다 80%가량 높고, 사은품에 대한 고객 문의도 하루 200여건에 달하는 등 관심이 뜨겁다”며 “앞으로 협업 사은품의 영역이 잡화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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