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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은행(IB) 법개정 불투명…증권 ’빅4‘ 3조원 투입
한국형 투자은행(IB)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우, 삼성, 우리, 현대 등 4개 증권사가 결의한 증자가 ‘무법증자(법적 근거가 없는 증자)’가 된다. 이들 증권사 주주들이 투입할 3조원의 증자대금도 자칫 무수익자본이 될 수 있다. ‘업적주의’를 위해 통과도 안됀 법 기준에 증권사 자격을 재단하려는 금융당국의 무리수가 도마위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일명 IB)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은 정무위와 법사위, 본회의 심의ㆍ의결을 거쳐야 공포된다.

그런데 첫 관문인 국회 정무위 분위기가 부정적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 22명 가운데 찬성의견을 공개한 의원은 2명이다. 4명 정도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16명이 유보 입장이지만, 이들이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양극화를 조장하는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여론이 높은데다, 내년 총ㆍ대선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칫 선거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은 선거 이후로 미루려는 게 정치권 속성이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다음달 토종 헤지펀드 출범을 목표로 증권ㆍ자산운용 업계를 독촉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발효돼 헤지펀드 출범에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10개 증권사, 13개 자산운용사, 7개 투자자문사 등이 시행령의 헤지펀드 운용자격을 갖춘 상태다. 따라서 금융위는 법적 요건을 충족한 이들 회사를 대상으로 이르면 오는 24일부터 헤지펀드 인가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근간이 되는 프라임브로커(PB) 업무수행을 위해서는 IB 업무를 취급할 수 있어야하는데, 이 관련 규정은 시행령이 아닌 법 개정안에 담겨있다. 무엇보다 최근 대형 증권사들의 잇단 증자의 근거가 된 최소 자기자본 3조원이란 IB 자격조건이 개정안의 핵심인데, 법 통과가 지연되면 증권사들의 증자 근거가 없어지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자칫 주주들의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헤지펀드와 IB 육성을 밀어부치고 있지만, 국내 상황을 감안할 때 당분간 돈벌이가 되기 어렵다. 게다가 제도 자체도 지나치게 ‘관치형’이어서 ‘시장원리’에 지배되는 자본시장과 융합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증자를 했는데, 등떠밀리기 식으로 헤지펀드까지 내놔야하는 게 현재의 업계 처지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법률이 결정되기 전에 시행령부터 공포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일종의 편법이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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