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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 사망>황금권총 쥐고 구걸하듯 “쏘지마”…그의 최후는 초라했다
최후의 카다피는

나토 무인기 공습에 부상

허름한 배수관 숨어들어가

시민군에 생포…이송중 사망



독재자 카다피는

27세때 무혈 쿠데타로 집권

부패한 절대권력…서방과 대립

금발미녀 집착 여성편력도



황금 권총, 카키색 군복, 터번 차림….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69) 전 국가원수의 최후는 비참했다. 결사항전을 부르짖으며 강경하게 대응해 온 카다피는 마지막 순간,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배수관서 맞은 최후=20일(현지시간) 오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인기의 공습이 시작됐다.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 근교에서 카다피 친위군의 차량 2대가 공격 받았고 그 와중에 카다피는 머리와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간신히 차량에서 빠져나온 카다피는 고향 마을의 허름한 배수관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포위망을 좁히며 뒤쫓아 온 시민군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시민군이 총을 겨누며 접근해 오자 카다피는 “쏘지마, 쏘지마”를 연발하며 생명을 구걸했다. 그의 손에는 마지막까지 황금으로 만든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누가 카다피가 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시민군이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에는 멍한 표정의 카다피가 피를 흘린 채 비틀거리며 NTC 군인에게 이끌려 트럭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어 누군가 “그를 살려줘, 그를 살려줘!”라고 소리친 뒤 총성이 울렸다고 전했다.

NTC의 마무드 지브릴 총리는 “그가 생포된 이후 카다피 지지자와 NTC군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카다피가 머리에 총을 맞아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TC의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그들(NTC군)이 카다피를 생포했지만, 그를 끌고 가는 동안 카다피를 구타했고, 그를 죽였다. 이것은 전쟁”이라며 다른 증언을 내놓았다. 이 소식통은 “카다피가 당시 저항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CBS방송은 카다피에 최후의 일격을 가한 사람은 숨진 것처럼 보였던 카다피 경호원 중 한 명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가 체포되지 않도록 그를 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NTC군이 카다피군의 보복 등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사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브릴 NTC 총리는 “카다피를 죽이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카다피의 사망 소식에 리비아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피범벅이 된 카다피의 모습을 휴대전화 동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유포하며 카다피 체제의 완전 종식을 환호했다.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은 이날 카다피 사망을 선언하며 트리폴리, 미스라타, 벵가지에 이어 카다피의 ‘마지막 요새’ 시르테에 해방의 깃발을 꽂았다.

▶광기의 독재자=카다피는 1969년 육군 대위 시절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친서방 왕정을 무너뜨리고 그해 9월 ‘리비아 아랍공화국’을 세웠다. 당시 그의 나이 27세였다. 쿠데타 이후 그는 혁명평의회를 구성해 왕정을 폐지하고 스스로 의장에 올랐다. 카다피의 절대권력은 곧 부패했다. 카다피는 석유를 포함한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면서 반대세력을 숙청해 나갔다. 극단적 이슬람을 재해석해 이슬람 원리주의 종교지도자를 투옥하는 등 문화와 이념 통제를 일삼았다. 또한 통치기간 내내 서방국가와 대립각을 세웠다.

카다피는 독재자 뿐만 아니라 기이하고 광기있는 행동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그의 기이한 행동에 “중동의 미친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잠자리를 옮긴 카다피는 물위 비행을 극도로 꺼렸고 숙소는 1층만을 고수했다. 또한 부족한 군사력의 공백을 돈으로 매수한 아프리카 용병들로 채웠다.

여성 편력도 심각했다. 그는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경호원을 금발의 미녀들로 채웠다. 또 내연관계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출신 금발의 간호사는 여행 때마다 동행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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