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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다피 끝까지 황금권총 쥐고 “쏘지마”…카다피는 누구? 중동의 미친개 악명
황금 권총, 카키색 군복, 터번 차림….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69) 전 국가원수의 최후는 비참했다. 결사항전을 부르짖으며 강경하게 대응해온 카다피는 마지막 순간,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배수관서 맞은 최후=18일(현지시간) 오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무인기의 공습이 시작됐다.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 근교에서 카다피 친위군의 차량 2대가 공격 받았고 그 와중에 카다피는 머리와 다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간신히 차량에서 빠져나온 카다피는 고향 마을의 허름한 배수관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포위망을 좁히며 뒤쫓아온 시민군을 따돌릴 수느 없었다.

시민군이 총을 겨누며 접근해 오자 카다피는 “쏘지마, 쏘지마”를 연발하며 생명을 구걸했다. 그의 손에는 마지막까지 황금으로 만든 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카다피의 사망 경위는 아직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다. 시민군들은 카다피가 머리와 심장 쪽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BBC등 일부 외신은 카다피가 생포됐지만 부상으로 이송 중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카다피의 사망 소식에 리비아 국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피범벅이 된 카다피의 모습을 휴대전화 동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유포하며 카다피 체제의 완전 종식을 환호했다.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은 이날 카다피 사망을 선언하며 트리폴리, 미스라타, 벵가지에 이어 카다피의 ‘마지막 요새’ 시르테에 해방의 깃발을 꽂았다. 지난 2월15일 리비아 제 2도시 벵가지에서 반정부 시위 발생한 지 꼭 8개월 5일만이다.

▶광기의 독재자=철옹성 같았던 카다피 정권도 들불처럼 번지는 중동 민주화 혁명 앞에 무릎을 꿇었다. 카다피는 42년 세계 최장 집권 기간 동안 경제난과 인권탄압 등 실패한 리더십에도 불구하고 차남으로 권력세습을 시도하는 등 국민들의 반감을 사왔다.

카다피는 1969년 육군 대위 시절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친서방 왕정을 무너뜨리고 그해 9월 ‘리비아 아랍공화국’을 세웠다. 당시 그의 나이 27세였다.

쿠데타 이후 그는 혁명평의회를 구성해 왕정을 폐지하고 스스로 의장에 올랐다. 그는 다른 독재자들과는 달리 평생 대령에 머물면서 공식 직함인 ‘9월의 혁명지도자’를 고수했다. 그를 리비아의 대통령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카다피의 절대권력은 곧 부패했다. 카다피는 석유를 포함한 주요 산업을 국유화하면서 반대세력을 숙청해 나갔다. 극단적 이슬람을 재해석해 이슬람 원리주의 종교지도자를 투옥하는 등 문화와 이념 통제를 일삼았다.

또한 통치기간 내내 서방국가와 대립각을 세웠다. 1986년 4월에는 서베를린 미군 출입 나이트클럽에 폭탄테러를 감행했고 이에 미군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국가원수 관저를 폭격했다. 1988년에는 미국의 팬암기 폭파사건에 개입한 의혹으로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됐다.

카다피는 독재자 뿐만 아니라 기이하고 광기있는 행동으로도 악명이 높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그의 기이한 행동에 “중동의 미친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2009년 사상 처음으로 유엔 총회장에 참석한 카다피는 할당된 연설시간(15분)을 90분이나 끌며 황당한 발언을 했다. 그는 유엔 헌장을 찢으면서 “안전보장이사회를 테러이사회로 불러야 한다. 버락 오바마는 아프리카의 아들로 영원히 미국의 지도자로 남아야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잠자리를 옮긴 카다피는 물위 비행을 극도로 꺼렸고 숙소는 1층만을 고수했다. 또한 부족한 군사력의 공백을 돈으로 매수한 아프리카 용병들로 채웠다.

여성 편력도 심각했다. 그는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경호원을 금발의 미녀들로 채웠고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연관계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출신 금발의 간호사는 여행 때마다 동행했다. 패션 감각도 독특해 선글라스를 즐겨쓰는 이유에 대해 “내 미래가 너무 밝아 가릴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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