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보험사 섣부른 인정

업계 관행 무시한 행위

공정위 규제잣대도 불만

양기관 감정싸움 우려도



공정위원회가 담합 책임을 물어 생명보험사에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자, 뿔 난(?) 금융감독원이 담합에 연루된 보험사를 상대로 특별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경로를 거쳐 담합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17일 “공정위가 담합행위를 확정하고, 일부 보험사 역시 담합 사실을 인정한 만큼 이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사후 수습 차원의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공정위의 리니언시에 적극 동참했던 삼성, 교보, 대한생명 등 상위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꼼꼼히 들여다 보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번에 과징금을 두들겨 맞은 업계 만큼이나 잔뜩 골이 나 있다.

공정위의 잣대와 판단이 못마땅하기도 하지만 서슬퍼런 공정위 칼날 앞에 두손 들어 굴복한 보험사가 더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은 생보사의 보험료율은 은행이 정기예금 및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고, 어느 정도 관행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공정위측에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선두은행이 금리를 결정하면 후발은행이 뒤따르 듯, 리딩그룹의 상위보험사가 공시이율을 확정하면 후발회사가 나름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리딩회사의 제시이율 보다 좀 더 높은 이율을 공시하는 관행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금감원을 뼈아프게 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방침을 꺾지 않았고, 업계를 선도한다고 믿었던 대형회사들이 먼저 담합을 인정했다.

금감원으로서는 이제 뭔가 다른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 캐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울상이다. “과징금을 부과받아 가뜩이나 속이 상한 데, 금감원의 날선 검사까지 받자니 눈앞이 캄캄하다”는 반응이다.

한 회사 관계자는 “공정위와 금감원의 감정싸움으로 변질 돼 업계 등만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재섭 기자/i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