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자본주의는 건강하다
경제가 위기를 겪으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믿음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금융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시장을 정부가 보다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부쩍 높아졌다. 느닷없이 나타나 온 세계에서 호응을 얻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은 자본주의가 사람들의 믿음과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사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20세기에 각국의 경제는 점점 빠르게 진화해 왔다. 기술 발전이 가속되고 민족국가들 사이의 상호 연관이 점점 깊어지는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마침내 각국의 경제들이 실질적으로 하나의 체계로 통합돼 간다. 지금 일어나는 경제 현상들은 모두 세계 경제의 그런 진화에서 나온 것들이다. 당연히 우리는 경제 현상들을 그런 진화의 맥락 속에 놓고 살펴야 한다.
빠르게 진화하는 존재가 만나는 여러 위험들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지난 몇십년 동안 성공적으로 발전해 왔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꾸준히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높아졌다. 뒤떨어진 나라들이, 심지어 희망이 없다고 여겨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까지 빠르게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런 성취는 자본주의의 원리에 충실한 경제 정책 덕분이었다. 개인들의 재산권을 한껏 보호하고 세금과 규제를 줄이고 교역을 자유롭게 하면, 경제는 발전한다. 그런 처방을 따라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루어 단숨에 강대국이 된 중국과 인도는 자본주의와 시장 경제가 건강함을 충분히 입증했다.
물론 그늘도 있었다. 세계 경제가 진화하면서, 앞선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얻은 것이 적었다. 그런 부정적 효과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지만 새로 발전한 나라들의 성취에 비기면 그리 큰 무게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뒤진 나라들의 몇억 명이 가난에서 벗어나 희망을 지니게 된 것에 비기면, 앞선 나라들에서 소득이 일시적으로 정체하거나 조금 줄어드는 것은 결정적 흠은 아니다.
지금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 부진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지만, 그것이 자본주의의 결함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각국의 경제들이 통합되면, 장기적으로는 모두 이익을 본다. 그러나 그런 이익이 골고루 돌아가는 것은 아니어서, 단기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사람들도 나오게 마련이다. 뒤진 나라들이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으면서, 앞선 나라들의 미숙련 노동자들이 특히 큰 손해를 본다.
실은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원리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문제를 낳았다. 생산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사회 복지는 정부의 재정적자를 불렀고 그것이 효과적 정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를 어렵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세계 정부가 없다는 사실이다. 경제는 실질적으로 통합되었는데, 그것을 떠받치고 제어할 정치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라마다 서로 다른 경제 정책을 추구하므로, 시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정부들은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이처럼 자본주의는 건강하고 사람들의 삶을 낫게 만든다. 안타깝게도, 자본주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 바로 그 사실이 자본주의를 위협한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는 그 점을 아프게 일깨워준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