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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최악의 가난 형태는 ‘에너지 빈곤’”
전기 없이 사는 삶은 어떨까. 텔레비전, 엠피쓰리 플레이어, 비디오 게임, 스마트폰은 일절 쓸 생각을 말아야 한다. 그러니 일단 재미가 없을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인맥을 관리하는 시대이니 외로움도 느낄 것이다. 모바일 기기를 쓰지 않고 책을 읽으니 상관없다? 물론 밤에 반딧불을 잡아 등불을 밝힌다면 그럴 것이다. 겨울이 되면 더 큰 일이다. 난방과 요리를 위해선 매일 땔감을 준비하고 모닥불을 피워야 한다. 집안은 늘 매캐한 연기에 휩싸일 것이고, 당장 몸이 아프면 불편함은 배가 될 것이다.

우리에겐 잊혀진 일 같지만 지금도 지구촌 13억 인구가 전기부족에 시달리며 암흑 속에 살고 있다. 아예 전기가 없는 곳의 95%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과 아시아 저개발국가에 밀집돼 있다. 최근엔 에이즈나 말라리아 같은 이슈에 밀려 간과되는 경향이 있지만, 전기 부족은 저개발 국가의 발전을 막는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페이스 비롤은 “전기 부족은 건강과 웰빙, 수입 등에 영향을 미치며 지구촌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엔은 2012년을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해’로 선포하고 지난 10일 에너지 접근성 현황과 이를 해결할 방법에 대한 특별 보고서를 발간했다. 전 세계 27억 명에 조리용 난로를 공급하는 것도 IEA 발전과제 중 하나다. IEA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에너지 접근성 향상 부문에 연간 48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는 연간 글로벌 에너지 투자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재는 이 분야에 연간 90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에너지 빈곤을 해결을 위한 투자금이 연간 140억까지 늘어난다 해도 2030년 지구촌 10억 명의 사람이 여전히 전기 없는 삶을 살고 있을 것으로 IEA는 내다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가 상승이다. 저개발 국가들은 대부분 원유 수입국일 수밖에 없고 배럴 당 100달러가 넘는 원유가는 경제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2010년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국가의 2010년 원유 수입액 증가세는 공적개발원조금(ODA) 증가세보다 30% 이상 더 높아 연간 22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밤에 등불 켜는 것조차 망설여야 하는 상황이다.



에너지 빈곤 퇴치를 위해 모인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현재는 주로 화력발전소 건설과 전기설비 공사 등의 프로젝트에 쓰이고 있지만, 정작 전기가 가장 부족한 오지의 마을에선 이런 큰 규모의 공사가 어렵고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에너지가 부족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의 경우 태양에너지 발전소 건설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IEA는 에너지 효율을 강조하는 ‘스마트 그리드’ 등의 방식으로 2030년까지 탄소 발생량의 0.7%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고서는 “태양은 전 세계 에너지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전기 없이 살아가는 지구촌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줄 최고의 해결법”이라고 기술했다.

유지현 기자/
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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