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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윤재섭 금융팀장] 국내은행 가치 폭락할 이유가 없다
유럽 재정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은행이다. 디폴트의 먹구름은 그리스를 휩싸고 있는데 우리나라 은행의 주가(기업가치)가 폭락했다. 그 결과 현재 주가가 순자산의 몇 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가 안 되는 곳이 속출했다.
28일 종가 기준 PBR를 보면 올해 2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이 기대되는 KB금융지주는 0.83배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 부문 국내 최고봉인 신한금융지주마저도 0.95배다.
주가를 다 합쳐봐야 순자산가치도 안 된다. 두 곳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우리금융지주(0.54), 하나금융지주(0.58), 외환은행(0.50)은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은행의 평균 PBR가 0.4배까지 추락한 적이 있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0.3)와 씨티(0.4)가, 프랑스의 BNP파리바(0.5)와 소시에테제네랄(0.3), 크레디아그레콜(0.3)이 모두 바닥 수준인데 그만하길 다행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와 미국 은행의 가치폭락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한국 은행의 주가폭락엔 이유가 없다.
프랑스계 은행의 폭락 이유는 보유채권의 디폴트 가능성 때문이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주요 은행들은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국가 채권에 수백억유로를 투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가 재정악화로 파산위기에 놓였고, 그 여파가 주변국으로 확산될 위험에 처했으니 부실채권을 많이 가진 은행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여전히 2008년 리먼사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아직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이익의 상당액은 대손비용 상각차익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미국 은행들로서는 가장 긴밀히 유대관계를 맺었던 유럽연합(EU)의 재정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은 사정이 다르다. 국내 은행들은 프랑스계 은행처럼 파산 우려가 있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건설·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한때 부실채권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우려됐지만 이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덕분에 더 이상 문제 소지가 없다.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도 확연히 차별된다.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에 의한 외화유동성 부족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무디스,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및 투자기관들은 이 역시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가치를 ‘제로(O)’로 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은행업은 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자격을 갖춘 제한된 자(법인)에게만 허용되는 라이선싱 사업이다. 이 사업의 영업가치가 제로라는 것은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시장의 무시가 지나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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