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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앱계의 '네이버', 팟게이트 뭐길래
“스마트폰 사서 어떤 어플부터 받아야 하나 허둥댔는데 팟게이트 덕분에 초보티 벗었어요.”(sky******)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장터에 가면 어떤 앱을 받아야할지 막막하고, 관심 가는 앱이 유료라면 주머니 사정이 신경 쓰인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을 처음 손에 넣은 이들이 가장 먼저 받는 앱 중 하나가 ‘팟게이트’다.

무료 또는 할인 앱 정보를 제공하는 팟게이트는 초보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생님이다. 팟게이트가 제공하는 할인 정보만 잘 이용해도 부담 없이 스마트폰을 유용한 앱들로 채울 수 있다. 팟게이트 시리즈는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로드 수 800만 건을 기록하며 앱 계의 ‘네이버’로 자리잡았다. 

박무순(36) 오드엠 대표는 야후 꾸러기팀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오드엠을 만들 당시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번듯한 직장도 다니고 있었고 책임져야 할 가족도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던 그는 창업의 꿈을 놓은 적이 없었다. 언젠가는 다시 사업을 해야지 하던 차에 팟게이트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같은 팀에서 일하던 안소연(33) 이사와 무작정 회사를 나와 오드엠을 차렸다. 



▶앱 스토어의 한계를 넘다=지난 2007년 국내에 상륙한 애플의 미디어 플레이어 ‘아이팟 터치’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박 대표도 인터넷이 되는 이 작은 기기에 놀랐고 그 때부터 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앱스토어가 제공하는 정보는 박 대표와 같은 열성적인 사용자들을 만족시키기에 한계가 있었다. 해외 계정이 없으면 해외 앱 정보는 볼 수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은 소수 소비자들이 카페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었다. 

팟게이트 CEO.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박 대표와 안 이사는 이런 공간이 시스템화 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유용한 해외 앱 정보도 소개해주고 앱을 다운로드 하는 방법도 알려주는 서비스를 떠올렸다. 팟게이트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초창기 팟게이트는 무료 앱 정보 알림 등의 기능이 추가된 지금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전무후무한 서비스였던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문의 전화도 빗발쳤다. 팟게이트가 잠시 접어둔 창업의 꿈에 불을 당긴 셈이다.

▶’800만 다운로드‘ 신화 쓴 팟게이트=현재 팟게이트는 아이폰에서만 300만 건, 팟게이트HD(아이패드용)ㆍ팟게이트G(게임) 등의 시리즈까지 합하면 총 800만 건 가량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팟게이트 CEO.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팟게이트 CEO.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팟게이트 CEO.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보다 자랑할 만한 것은 앱의 지속성이다. 단발성 방문자가 몰렸다 빠지는 게임 앱과 달리, 중복 방문자를 제외한 순 방문자 수가 월 150만~200만 명, 하루 30~40만 명에 이른다. 앱을 받아서 실제로 꾸준히 쓰고 있는 사용자가 과반수 이상이라는 얘기다.

‘팟게이트를 만들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입소문을 타다보니 앱 홍보가 절박한 고객사로부터 연락이 쏟아졌다. 지금도 다음 달까지 앱 광고가 모두 예약된 상태라고. 광고 효과가 좋다보니 의뢰 업체의 50% 이상이 재광고를 하는 쪽이다.

박 대표는 팟게이트의 성공 요인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에서 찾았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인 아이팟 터치 시절에 팟게이트 서비스는 이미 완성돼 있었다.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모바일 웹 버전의 팟게이트를 앱으로 개발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앱스토어의 환경을 낯설어 할 때 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했던 게 주효했다.

스마트폰 도입기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누적된 사용자 데이터도 팟게이트의 재산이다. 사용자들의 활동 내역과 앱 순위 변동 내역 등의 데이터를 근거로 신뢰있는 앱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앱이 좋으면 뭐해, 문제는 홍보야”=“별 4개 이하로 평가를 받아본 일이 없는데도 묻혔어요. 마케팅에 돈을 쓰지 않고는 (앱을 홍보할) 방법이 없을까요?”

팟게이트에는 약 780곳의 개발사가 등록돼 있다. 앱 내 ‘개발사 커뮤니티’ 를 보면 소규모 개발사들의 애환이 엿보인다. 특히 홍보비가 넉넉치 않다보니 아무리 좋은 앱을 만들어도 마케팅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앱의 퀄리티는 기본이고 마케팅 노하우도 필요하다”고 입을 뗀 박 대표는 “팟게이트의 인기순위 산정 방식을 살펴보면 단기간의 다운로드 수에 따라 순위가 집계된다. 결국 마케팅을 지지부진하게 끌어봤자 순위 반영에 도움이 안 된다. 앱 출시 2~3일 안에 집중하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마케팅 예산이 거의 없는 소규모 개발사나 1인 개발자의 경우, ‘팟게이트’를 잘 활용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홍보가 가능하다. 팟게이트에 개발사로 등록하면 ‘추천 어플’이나 ‘추천 리뷰’를 통해 노출이 가능하다. 또 개발사들이 운영할 수 있는 앱 소개 페이지 등의 공간도 지원된다.

이후는 개발사들의 성실함에 달렸다. 자사 앱을 홍보할 수 있는 공지사항을 부지런히 남기고 사용자들을 응대하는 것은 개발사들의 몫이다. 쿠폰 관련 앱 ‘포닝’은 사용자들의 악성 댓글에도 성의껏 답하는 등, 팟게이트 내 공간을 적극 활용해 랭킹 상위권에 오른 사례로 꼽힌다.

단순히 앱 다운로드 순위나 가격 정보만 제공해도 될텐데, 오드엠은 왜 이런 ‘시키지도 않은’ 서비스를 내놓는 걸까. 박 대표는 주저없이 답했다. “개발사들이 잘 돼야 팟게이트도 발전할 수 있겠죠. 결국 함께 성장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앱 시장이 ‘레드오션’이라고?=애플의 앱스토어에서는 하루에만 300~500개의 아이폰 앱이 쏟아지고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에도 어느덧 30만 개의 앱이 등록됐다. 그러다보니 스마트폰 앱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스토어를 경험해보니 계속 회전이 되고 살아 움직인다는 걸 알았죠. 일단 앱을 개발하면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회가 주어집니다. 전 세계 사용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 열린 셈이죠. 주위 개발자들을 만나면 과감히 도전해보라고 얘기합니다.”

안 이사도 거들었다. “하던 일을 때려치우고 여기에만 매달리라는 게 아니예요. 꼭 사업화 하지 않더라도 짬을 내서 할 수도 있죠. 직접 해보지도 않고 ‘이미 늦었어. 안 될거야’ 라고 생각하는 게 아쉬운 거죠.”

대신 앱 기획 단계에서 마케팅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콘텐츠가 좋으니까 일단 개발하면 잘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마켓에 노출할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앱 홍수 속에 살아남으려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프로모션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오드엠은 아이폰5의 출시 시기에 맞춰 ‘초보자용 팟게이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아이폰5에 적응을 어려워하는 초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어린이용 앱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포털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팟게이트는 시작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오드엠의 꿈은 계속해서 가지를 치고 꽃을 피우고 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한바탕 놀면서 만든 앱이 1위?

하루 날 잡고 한바탕 놀면서(?) 만든 앱이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면? 다른 개발사들이 들으면 배 아플 일인지도 모른다. 오드엠이 9월 8일에 내놓은 따끈따끈한 앱 ‘웃끼지마’는 속전속결로 탄생한 서비스다. 개발 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앱 스토어 1위를 꿰차 직원들도 놀랐다. 이만하면 ‘큰 형님’ 팟게이트 부럽지 않은 ‘막내동생’이다. 

박 대표가 몸 담았던 야후에서는 24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토타입(PROTOTYPE, 기본모델)을 만들어 발표하는 ‘핵 데이(Hack Day)’라는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렸다. 이를 응용해 오드엠에서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와 무관하게 자기가 만들고 싶은 앱을 주어진 시간 안에 전 직원이 힘을 합쳐 만드는 ‘핵 데이’를 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유머 커뮤니티 앱인 ‘웃끼지마’. 사용자들이 직접 올리는 코믹한 사진과 동영상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고 트위터ㆍ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는 서비스다. 아이디어를 내고 협의해보니 운영할 때도 신이 날 것 같았다. ”일단 우리가 재미있어야 사용자들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자 오드엠 직원들의 생각이다.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오전에 기획 회의를 하고 오후부터 개발에 들어가 하루 이틀 만에 완성했다. 막상 출시해보니 사용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박 대표가 ”앱 스토어 1위를 하면 100만 원을 쏘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던졌는데 정말 이틀 만에 1위를 했다. 박 대표는 곧 있을 회사 워크숍에서 기분 좋게 지갑을 열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예상보다 사용자가 너무 많이 몰린 것. 망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이유로 KT에서 업데이트를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자 수는 많은데 아직은 수익 모델이 없는 것도 고민이다. 박 대표는 “서비스가 잘 되는 거랑 돈버는 건 별개”라는 속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팟게이트도 시작은 다르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광고주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인기 앱이 됐다. 사용자들의 편의를 돕는 기능들도 늘고 있다. 팟게이트처럼 진화를 거듭할 ‘웃끼지마’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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