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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 ‘좋은 줄 알면서’ 왜 하기 싫을까?
운동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변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매일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은 심폐기능을 강화시키고 근력을 높이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등 웰빙의 첩경이다. 에어로빅, 스피닝, 필라테스, 요가, 태보 등 ‘즐겁게’ 건강해질 방법만 해도 수백 가지다. 이뿐인가.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며 사교성을 높이고 땀 흘린 뒤 찾아오는 성취감과 기쁨으로 우울함을 날려 버린다. 주변에 ‘러너스 하이’(runner’s highㆍ고통을 참고 달리면 어느 순간 느껴지는 행복감)를 느끼는 고수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매일 저녁 기름기 흐르는 삼겹살과 헬스클럽을 두고 망설이게 되는 걸까.

운동할 때 우리의 뇌에선 쾌감을 유도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 및 기타 엔돌핀이 분비된다. 마약을 흡입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같은 종류의 화학작용이다. 그러나 마약은 한번 시작하면 쉽게 빠져드는 반면 운동은 그 이로움을 잘 알면서도 매번 하기 싫어진다. 최근 캐나다 의료진들이 이에 주목했다. 마약과 운동이 뇌에 같은 변화를 가져오는 데 반해 인간의 반응은 너무나 다른 데 주목한 것이다. 브리티시콜럼비아 대학의 매튜 루비 박사 이끄는 연구팀은 ‘왜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항상 어려운 것인지’를 연구해 최근 건강심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헬스클럽 회원 40명에게 운동 후 어떤 기분을 느낄지 예측해 실제 운동이 끝난 후 느낀 기분과 비교하도록 했다. 그 결과 운동 전 예측한 기분이 실제 운동 후 느낀 기분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회원 3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중간 강도의 운동과 상위 강도의 운동을 하도록 한 후 운동 전 예측한 기분과 실제 운동 후 느낀 기분과 비교하도록 했을 때도 운동의 강도와는 상관없이 두 그룹 모두 운동 후 느끼게 될 기분을 과소평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이 끝난 후 느끼게 될 좋은 기분을 그만큼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고, 바로 이 점이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운동 후 느낄 감정의 예측에 있어 이처럼 왜곡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운동은 중간이나 끝 부분보다 시작부분이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운동 초기에 느끼는 통증과 숨가쁨 등의 불쾌감이 멀리 있는 보상을 보지 못하도록 가리는 근시안적 사고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마약은 운동과는 정확히 반대로 설명할 수 있다. 처음 마약을 투여할 때의 쾌락이 너무 커 나중에 찾아오게 될 후유증이나 금단증상 등의 고통을 보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실험에서 좋아하는 운동을 먼저 하도록 한 그룹의 경우 운동 후 느낄 기분에 대해 더 기대감이 높게 나타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스피닝 회원 154명이 수업에 참여하기 전 운동강도의 변화 등 수업진행에 대해 설명한 뒤, 한 그룹엔 운동 후 느낄 전반적인 기분을 예측하도록 하고 다른 그룹엔 운동 각 단계마다 어떻게 기분이 변할지 예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단계 별로 기분을 예측하도록 한 그룹이 운동 전 기대감이 더 높았다. 연구진은 “운동 초기에 느끼는 고통에서 주의가 분산되면서 운동 후 느낄 성취감을 더 잘 예측한 것”으로 풀이했다. 타임은 운동 후 따라올 기쁨에 주목하고 좋아하는 운동을 먼저 하며 운동을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약물’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운동을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이 될 수 있다고 논평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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