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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자 2만 시대...의료지원은 20년前 수준
북한이탈주민 2만 명 시대가 열렸지만, 이들에 대한 의료 지원은 20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들 상당수가 북한에서 수용소 생활, 고문 등 비인간적 대우, 그리고 제 3국을 떠돌며 인신매매 및 납북 위협에 시달리며 심각한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아왔지만, 정부의 의료 지원은 ‘눈에 보이는’ 외상 치료에만 그쳤다.

20일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구상찬 의원은 하나원을 나온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심리 상담이 대부분 업무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과 전문의나 외과 레지던트가 정신과 상담진료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의미다.

구 의원은 “하나원 퇴소 후 전국 30개 하나센터로 이들의 기록이 이관되지만 각 센터에서는 비전문가들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별도로 마련된 콜센터에서도 심리상담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심리상담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정부의 무관심과 달리 북한이탈주민들의 심리 상태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하나원이 올해 원내 성인 7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상태검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북한이탈주민들이 히스테리와 정서혼란, 우울증, 성정체감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일부는 이런 불안한 심리를 공격성과 피해의식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탈주민이 사회로 나오기 전 교육을 받는 하나원 역시 심리상담에는 소극적이였다. 기수별로 200여 명에 달하는 북한이탈주민을 임상심리 전문가 1명, 상담심리 전문가 2명, 임상레지던트 1명, 그리고 내부 병원인 하나의원의 공중보건의 1명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입소 1주차 간이심리상태검사, 그리고 교육 중간 다면적 인성검사 수행에만 매달릴 뿐, 북한이탈주민들이 사회로 나오기 직전이나 직후의 심리상태 점검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더욱 취약한 북한이탈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도 부족했다. 정신과 상담과 심리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한 대안학교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학생 중 20%는 정신과 치료가 시급한 수준이고 30%는 심리 치료가 필요했다. 절반에 가까운 북한이탈 청소년들이 북한 내 생활과 탈북 이후 각종 충격에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탈 청소년들이 정규 학교 편입 전 사전 학습을 하는 대안학교 8곳 중 심리치료 및 정서안정 프로그램, 인성개발 프로그램이 운용되는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정규직 전문 심리치료사가 배치된 곳은 단 한곳도 없었으며, 대부분이 자원봉사자나 시간 강사에 의존하고 있었다.

구 의원은 “북한이탈주민으로 받아드리고 관리를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들에 대한 의료 지원은 아직 20세기에 머물고 있다”며 “이들 상당수가 국내 입국 전 북한과 중국에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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