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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주 2년차아파트‘전셋값 폭등’ 부메랑
지난해 6월 서울 강북구의 한 신규 입주 아파트에 전세를 얻어 신혼 보금자리를 마련한 직장인 이모씨는 현재 전세 만기일이 9개월이나 남았음에도 내년 6월이 두려울 따름이다.
이씨는 신규 입주 아파트라 전용 59㎡의 아파트를 1억4000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전세를 얻었지만, 이미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해서도 전세가격은 1억9000만원에 달한다. 향과 층이 좋은 곳은 2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전세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추세를 감안할 때 내년 만기일에는 이씨가 얻은 전세금에서 1억원에 가까운 보증금을 올려줘야 할 판이다.
맞벌이 부부의 소득을 알뜰히 저축한다 해도 2년 사이에 이러한 큰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실정. 9개월의 시간이 이씨에게 결코 길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씨는 당장 내년 초부터 다른 전세 아파트를 알아봐야 할 지 고민에 휩싸여 있다.
극심한 전세난에 이른바 입주 2년차 아파트가 전세 세입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입주 2년차 아파트 단지들의 전세금 상승률이 입주 초기 대비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60% 후반에 달하며 보증금 상승폭이 최고 1억7000만원 선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신규 입주 아파트는 초기 입주가 어려운 집주인들이 대거 전세를 놓는 탓에 물량 부담으로 전세가격이 낮게 형성된다. 기반시설이 미비한 점도 초기 저렴한 전세가격 형성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입주 2년을 맞는 전세 재계약 시즌에 즈음해서는 학교 및 상가 등 기반시설이 안정화된 탓에 전세가격이 정상화되며 급등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과거 대규모의 잠실 재건축 입주 단지에서도 이런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의 전세난은 이같은 전세 보증금 상승 흐름을 더욱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부동산114의 조사 통계에 따르면 올해말부터 입주 2년차를 맞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ㆍ하안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에서는 전세보증금 상승폭이 1억원을 훌쩍 넘는 사례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광명 두산위브트레지움 전용 118㎡는 2009년말 1억9000만원하던 전세가격은 현재 3억1000만원 선이다. 상승폭이 63%에 달한다.
신혼부부가 많이 사는 전용 85㎡도 2009년말 1억6750만원하던 전세가격이 현재 2억5500만원까지 상승해 있다. 액수 기준으로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판교원마을5단지로 2009년 12월 2억6500만원하던 전세가격이 현재 4억3500만원까지 올랐다. 무려 1억7000만원의 상승폭이다.
이처럼 불과 2년 만에 1억원 이상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세입자들 다수는 ‘울며 겨자먹기’로 인근 단지로 밀려나가고 있다. 더구나 최근 주택 가격의 상승 추세가 둔화됨에 따라 집 주인들이 이른바 보증부월세를 선호하는 경향도 세입자들의 이탈을 촉진하고 있다. 하안동 엔젤공인의 배건환 대표는 “세입자들은 1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혹은 상승한 보증금에 해당하는 월세를 내야하는데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라며 “여력이 되는 세입자들은 계약을 연장하지만, 다수는 인근의 보다 저렴한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신규 아파트에서 시세 보다 저렴하게 전세를 살아온 혜택은 2년 후에는 전세가격의 상승부담으로 돌아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전세난 속에 상승폭이 보다 커진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순식 기자/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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