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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년 꼴찌’ 차밍걸, 그래도 넌 감동!
작은 체구에 폐활량도 부족

데뷔이후 4년간 내리 최하위

끝까지 포기않는 투혼 발휘

올해도 벌써 20회이상 출전

승패떠난 아름다운 질주







현재 서울경마공원 현역 경주마 중 최다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경주마는 ‘차밍걸’(국산 6세ㆍ암말ㆍ3조 최영주 조교사)이다.

차밍걸은 지난달 21일 출전한 1200m 경주에서 4코너까지 8마리 중 꼴찌로 달렸으나 막판 직선 주로에서 승부 근성을 발휘,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펼치며 데뷔 이후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64경주 연속 우승에 실패하는 진기록을 함께 남겼다.

차밍걸은 현역 경주마 중 최다연패를 기록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투혼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5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차밍걸’은 체구가 작고 폐활량도 적었다. 보통 말 몸무게가 500㎏인데 400㎏밖에 안 되는 ‘약골’이었다. 혈통도 그리 좋지 않았다. 경주마로서 별 볼일 없는 ‘부진마’였다. 게다가 2008년 1월 데뷔 이후 4년간 내리 연전연패를 거듭했고 폐기 처분될 운명이었다.

성적부진 때문에 폐사될 수도 있었지만 마주와 조교사는 경주로에 들어서면 죽기 살기로 달리며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차밍걸’을 포기하지 않고 출주시켰다. 차밍걸은 올해에만 13연패를 하는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출전했는데, 딱 한 번 다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것을 빼놓고는 매 경주에 최선을 다하는 역주를 보여줬다. 


경주마들은 한 번 출전해서 전력 질주를 할 때 10㎏의 몸무게가 빠진다. 그러므로 경주마들의 체력 회복기간을 감안할 때 한 달에 한 번 출전이 기본이다. 우리나라에서 경주마들이 평균적으로 1년에 10~12번의 경주에 출전을 한다고 봤을 때 차밍걸의 경주 출전 횟수는 엄청난 것이다. 부상이 없다면 올해도 20번 이상의 경주 출전이 확실시 되고 있다. 또, 지더라도 꾀부리지 않고 결승선까지 성실히 달리는 차밍걸의 모습은 스포츠의 정신이 뭔지를 느끼게 해줬다.

차밍걸을 맡고 있는 최영주 조교사는 “차밍걸의 연패 기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1등도 있지만 1등이 있기 위해선 그를 돋보이게 해 주는 수많은 조연이 있기 때문”이라며 잔병치레 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차밍걸이 첫 승을 달성할 때까지 함께 뛰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마에는 ‘희망의 꼴찌마’로 유명한 ‘하루우라라’가 있다. 1998년 데뷔한 하루우라라는 ‘화창한 봄날’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7년간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희망이었다.

당시 경제난에 시달리던 일본인들은 지더라도 꾀부리지 않고 성실히 달리는 ‘하루우라라’의 모습에서 위안과 용기를 얻었다고. 하루우라라는 결국 10살이 되던 지난 2006년 113연패란 대기록을 남기면서 은퇴했다. 일본인들은 아쉬움의 편지 수백 통을 보냈고, 하루우라라는 관광협회로부터 동물로는 처음으로 관광공사 공로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일본의 명마 딥임팩트와 교배해 일본 최고의 1등마와 꼴찌마의 재미있는 조합을 만들어 냈다. 꼴찌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과 애정이 낳은 결과다.

우리 사회에도 늘 1등보다 값진 꼴찌들이 많았다.

임희윤 기자/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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