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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장뚫린 물가·날개꺾인 무역수지…한국경제 ‘빨간불’
가계대출은 폭발 직전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

잘 버티던 수출까지 흔들

올 4%성장 회의론 확산



정부, 급격한 위축 없다지만

언제까지 버틸지가 관건

“경기둔화 서서히 현실화”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경제의 위기 신호가 노란불에서 빨간불로 바뀌는 모습이다. 게다가 캄캄한 터널 앞에 섰다.

지난달 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전후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급격히 확산되더니 이제는 실물경기로 옮겨오는 분위기다. 성장률은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는 3년만에 최고치인 5%로 치솟았는데, 주요 선진국 경기둔화로 수출마저 흔들릴 조짐을 보이니 진퇴양난이다. 애써 입에 담지 않으려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이란 단어가 점점 또렷해진다.

지난달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과 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주저앉는 기미를 보이면서 내수 여건도 긍정적이지 않다.

폭발 직전인 가계대출을 ‘총량규제’라는 극단적인 수단까지 동원해 막아보려 애쓰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방향이 안갯속이니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지금 국내경제는 70~80년대 대유행했던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해져 간다.

‘8월 소비자물가’는 충격적이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3%나 치솟은 건 3년 만에 처음이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4%대의 상승률을 보이더니 급기야 8월에는 5%대로 올라선 것이다.

부문별 물가상승률을 보면 농산물 석유류 등 공급 쪽 인플레이션이 수요 쪽에 전가된 걸 확인할 수 있다.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한 근원물가도 4%에 달하는데다 서비스 부문까지 오르는 물가를 잡기는 힘든 상황이다.

경제성장률 하락세도 수치로 확인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당초 4.5%에서 4.3%로 낮춰잡으면서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경기가 더 좋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하지만 민간경제연구소와 해외 IB들 중에서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4%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는 곳이 늘고 있다.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재로서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4.5%)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좀 더 지나면 정확한 전망을 다시 한 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1% 증가한 464억달러, 수입은 29.2% 늘어난 456억달러로 8억달러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지만, 월간 사상 최대치(72억2300만달러)를 기록한 7월에 비해 급감했다.

사실 7월에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선박 부문의 기여가 컸고, 철강업체들의 재고조정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선진국 경제 회복 없이는 경기회복 어렵다=정부와 한국은행은 아직도 우리 경제가 하반기에도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걸로 본다. 시장에서도 우리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예측하진 않는다.

여기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경제는 당분간은 버텨줄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 있다. 선진국 의존도를 줄여 나가고 있는 우리 경제도 그래서 아직은 괜찮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다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출이 안되면 내수가 떠받쳐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정부든 개인이든 빚내서 견뎠지만 앞으로는 그마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은 선진국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7월 총수출이 전년 동월대비 25% 증가한 가운데 대미 수출이 2.5% 증가에 그치고 대EU 수출은 15% 급감한 점을 고려할 때, 선진국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생산 투자 등에서 국내 경기부진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둔화는 앞으로 시간을 두고 서서히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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