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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미술에 반기…7080 세대의 ‘발칙한 상상력’
백년몽원’ ‘프로포즈7’ 난지도·간장공장서 핀 창작스튜디오 작가展
백년몽원


저항정신 무장 국내외 24명

20세기에 대한 날선 성찰


프로포즈 7


작가-문화 에디터 협업전시

신선한 예술언어 선보여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 간장공장 창고가 있던 도봉구 창동.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 관산동과 안산의 선감도. 모두 젊은 작가들이 머물며 작업하는 창작스튜디오가 있는 곳이다. 함께 작업하며 서로 자극을 주고받던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이 중심이 된 발칙한 미술전시가 서울 두 곳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난지도에 예술꽃이 피다…‘백년몽원’전=이제는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서울 상암동 난지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가 있다. 옛 침출수처리장을 리모델링한 이곳의 입주 작가(5기)인 김기라는 독립큐레이터 이진명 씨와 손잡고 ‘백년몽원(百年夢源)’전을 기획했다.

오는 9월 4일까지 난지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저항적 비평정신’으로 무장된 국내외 작가 24명이 뜻을 모았다. 권순관, 오윤석, 유비호, 이상용, 이원호, 장석준, 장종완, 정재욱, 차동훈, 한경우 등 국내 작가 17명과 고르카 모하메드(스페인), 윱 오베르톰(네덜란드), 요 오카다(일본), 윌 볼턴(영국) 등 외국 작가 7명은 모두 1970~80년대에 태어나 현대사회의 급진적 변화를 경험한 세대다. 이들은 추상이나 순수예술을 강조해온 미국 중심의 미술 풍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의 토양에 근거한 작가주의적 성향의 작품세계를 펼쳐보이고 있다. 따라서 작품들은 더없이 발칙하고, 도전적이다.

런던에서 활동해온 강승희는 이색 자수회화(병풍)를 내놓았다. ‘나는 우리가 더 이상 원더랜드에 있지 않는 것 같아요’란 작품은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세태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빗대 우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난지스튜디오 작가 등이 참여한‘ 백년몽원’ 중 장종완의 회화‘ ChanChan’. 유토피아 속 인간과 원숭이를 대비시킨 그림은 종교적 이상향과 현실의 괴리를 기발하게 풍자했다.

권순관 작가는 서커스 장면을 연출한 사진작품을 통해 현실과 꿈이 혼재된 한국 사회의 경계를 담아냈다. 박은영은 폐자재를 이용해 하늘로 치솟는 초고층 빌딩을 만들었다. 무한을 향해 달리는 자본주의의 팽창전략을 비판한 작업이다.

유승호의 문자산수도 흥미롭다. 검은 먹의 평범한 산수화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면 깨알같이 작은 알파벳으로 그린 산수화다.

외국 작가들 또한 서구 위주의 현대미술 흐름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윌 볼턴은 영국 공업도시 리버풀의 ‘영욕의 역사’를 음악을 통해 반성적으로 사유한 작품 ‘비가’를 출품했고, 일본의 요 오카다는 ‘불타는 집’이란 불교적 가르침을 회화에 반영해 동양적 가치관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독일 작가 요그 오버그펠은 엉터리로 만든 듯한 인물화를 출품했다. 물감을 대충 바르고 테이프를 찢어 붙인 허름한 회화는 한껏 치장한 기존의 초상화에 한방 먹이고 있다. 독일의 발두어 부르비츠는 인간사를 원숭이의 역사와 동일시하는 희화화의 방법으로 강대국의 문명사를 비판했다. 모두 덧없는 20세기에 대한 날선 성찰이 돋보이는 작업들이다. 

금호미술관의 ‘프로포즈7’ 전에 나온 이지숙의 덤덤한 두상작품.

김기라, 이진명 두 기획자는 “상업성이 모든 가치를 주도하는 시대에 작가의 의식이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며 “서울이라는 공간이 1940년대 파리나 1960년대 뉴욕, 1990년대 런던, 2000년대 라이프치히처럼 미래 미술 담론의 장이 되길 기원하는 전시”라고 했다. (02)308-1071

▶국립과 사립미술관이 협력한 ‘프로포즈7’전=국립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와 금호미술관은 올해로 6년째 손을 잡고, 양 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 작가를 발굴해내는 협업 전시를 개최해 왔다. 각 스튜디오 입주 작가들과 평론가(또는 큐레이터)의 만남을 제안해 담론도 생성해왔다. 또 이들을 매칭하는 전시를 개최함으로써 우리 미술계 비전을 점검했던 것.

올해는 ‘프로포즈 7’(금호미술관 9월 18일까지)이란 타이틀로 양 기관 창작스튜디오 작가들과 문화예술 매체 에디터 간 만남을 시도한 전시를 마련했다. ‘씨네21’ ‘공간’ ‘더 뮤지컬’ 등 영화 건축 공연 여행 패션 매체 편집장들은 나름의 시각과 비평으로 스튜디오 작가군 중 1명씩을 선정했다. 미술전문가들이 아닌 문화예술매체 에디터들이 선택한 당대 재능 있는 작가는 어떤 작가인지, 그들 작업의 특성은 무엇인지 살필 수 있는 전시다. 참여작가는 양진우 김도균 차영석 이예린 최종하 이지숙 양주희 등 7명으로, 모두 신선한 예술언어를 구축 중인 유망주들이다. 02)720-5114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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