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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고에 지쳐 ‘미래의 꿈’ 내다 파는 대학생들
대학 복학생 서모(23)씨는 침대 밑에 넣어뒀던 전공책들을 꺼냈다. 먼지가 두껍다. 대학에서 토목공학과에 재학중인 그는 ‘책팔이’에 나서려는 순간이다.

서씨는 생각했다. ‘온라인 중고 장터에서 팔면 절반 정도 가격은 건지리라. 새책이라면 유채역학이 3만5000원, 재료역학이 4만원… 20만원이 훌쩍 넘으니 적어도 10만원 이상은 건지겠다’고. 당장 급한 마음에 계산기만 두드렸지만 순간, 손떼묻은 전공책을 내다 팔아야 한다는 생각에 울적해졌다.

서씨는 “군대 가기 전 한줄한줄 전공책과 연애를 하듯이 읽었는데… 당장 급하니 내다 팔 수 밖에 없지만 미래에 성공한 공학도로서 서가에 꽂아두려고 한 전공책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한숨지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에 서씨처럼 온라인 장터에서 전공서적을 사고, 팔려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중고서적코너에서의 대학교재 판매율이 지난달의 경우, 지난해 7월 보다 44%나 늘었다. 1~7월까지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적으로 17%정도 증가했으며 월별로 봤을 때도 감소한 경우는 없었다.

알라딘 관계자는 “중고 전공서적 시장이 3년만에 10배 정도 커졌다”며 “등록금 인상과 물가상승 등이 큰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래 실적이 좋은 대학생들에게 식권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이벤트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높은 물가 때문에 대학생들의 교재비 뿐 아니라 초중고 학습 참고서의 중고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옥션에 따르면 올 1~7월 중고서적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80% 정도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 내에서도 전공서적 중고장터가 활발하다. 이화여대는 경영대 등 단과대별로 학기가 시작되는 9월 첫 2주간 전공책 매매장터를 연다. 한양대학교도 이달말 모집을 해서 다음달 초 중고품 매매장터를 연다.

대학생들 스스로도 나서 반값 등록금 공약 실천 움직임이 ‘반값 생활비’ 투쟁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대학생연합은 전공서적, 방값 등 대학생들의 생활비 실태를 조사해 2학기 ‘반값 생활비 실현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등록금넷의 안진걸 팀장은 “살인적인 물가, 자기부채 이자부담 속에서 밥값을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가는 대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처럼 전공서적 중고매매가 느는 것도 당연한 현상”이라며 “대학생들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범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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