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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못난 재계, 더 못난 국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17일 국회 공청회 현장을 이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의원들은 여야 따로 없이 재계 단체장을 앉혀놓고 아예 대역죄인 취급을 했다. 의원들은 이날 생방송을 의식한 듯 ‘탐욕’ ‘야수’ ‘악질’과 같은 원색적인 단어를 동원하며 대기업을 범죄집단으로 몰아세우는 데 치중했다.

특히 최근 위상 약화와 정치권 로비 문서 등으로 내부 문제를 노출한 전경련의 허창수 회장에 대한 공세는 ‘벌떼’를 연상케 했다. 허 회장 표정은 아예 흑빛이 됐다. 수모도 보통 수모가 아니다. 이날 공청회는 대기업 또는 개인 성토장의 청문회로 변질됐고, 취지인 동반성장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토론과 논의는 실종됐다.

물론 재계에 일말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ㆍ경제적 양극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대기업책임론에 미흡했다는 국민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좀더 과감한 나눔과 사회와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동반성장에 인색하다는 비판도 일부 뒤따르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날 모임의 취지는 ‘공청회’였다. 모자라면 채우고, 부족하다면 개선하자는 공감대와 실천안 도출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당초 의원들의 시선에 ‘생산적 논의’는 없었다. 재계 단체장을 출석시켜 호통을 치고 다그치면 국민들이 박수를 치면서 한 표라도 더 던져줄 것 같다는 구시대적 사고에만 집착했다.

김영삼정부 초기 “새정부는 기업인들에게서 돈을 안받는다”고 선언하고 기업을 압박할 때 전경련 비공개 회장단 모임에서 정세영 당시 현대차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자고로 기업이 정치 위에 서려 하면 안된다.” 약점을 발견하면 뿌리깊은 우월주의로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정치(인)의 속성을 경계하라는 선견지명의 메시지였던 셈이다.

재계도 못났지만, 국회는 더 못났다. 이것이 바뀌지 않는한, 정재계 합심의 ‘상생’은 없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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