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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일간의 치킨게임…與도 野도 상처만 떠안았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상한 증액 협상이 8월 2일 디폴트 시한을 앞두고 일요일 저녁(이하 현지시간) 막판에 극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양당 지도부는 1일 당내 의원총회를 거쳐 이르면 이날 법안 처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합의된 내용은 연방정부 부채상한선을 3번에 걸쳐 총 2조4000억달러 증액하는 한편, 10년간 1조달러의 지출을 삭감하고 여야 특별위원회를 통해 추후 1조5000억달러를 삭감하는 게 골자다. 부채 한도를 증액하는 만큼 같은 규모로 지출을 삭감하는 데 합의한 셈이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양측이 일요일 밤에 결국 오는 2012년까지 필요한 증액분 2조4000억달러 규모의 상향 조정에 합의하고 지출 삭감도 세수 증대 없이 같은 규모로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하지만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 필요한 부채상한선 증액을 놓고 내년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여야가 막판까지 치킨 게임을 벌이면서 미 국민들에게 정치 무능과 염증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양당 지도부 모두 후폭풍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 몇 달간 꼭 필요한 정부 부채상한선 증액을 놓고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확실성 태풍을 몰고온 미국의 달러화와 미국채의 안전성 면에서 심각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화당의 승리?=여야는 이날 밤 세부 사항을 막판 조율 중이지만 잠정합의안은 일단 연방정부의 부채상한선을 총 2조4000억달러, 3단계에 걸쳐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민주당과 백악관이 원했던 일시 증액 대신 공화당 강경파가 끝까지 주장했던 다단계 증액을 여당이 받아들인 셈이다.

부채상한선은 이번에 4000억달러를 상향하고, 이어 2단계로 올 연말까지 5000억달러, 내년에 3단계로 필요한 부채규모 1조5000억달러를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내년도 대선이 치러지는 11월을 넘긴 2012년까지는 증액의 로드맵이 나왔기 때문에 또다시 증액 규모로 여야가 격돌할 우려는 제거됐다. 하지만 2단계와 3단계 증액은 각각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화당이 또 제동을 걸 메커니즘은 마련된 셈이다.

한편 재정지출 감축은 백악관이 원했던 증액은 없을 전망이다. 대신 공화당이 원하는 대규모 지출 삭감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에 1조달러만 감축하고 추후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6명씩 총 12명으로 ‘슈퍼 위원회’를 만들어 이곳에서 1조5000억달러 규모의 감축 방안을 만들기로했다. 주로 사회보장 프로그램과 메디케어에서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슈퍼 위원회가 기한까지 1조5000억달러의 감축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1조2000억달러의 재정지출을 삭감키로 했다. 이 중 절반은 국방비, 나머지 절반은 메디케어 정부보조금 등 비국방 지출로부터 삭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저소득과 사회보장 케디케이드 등의 비용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했다.

▶티파티 목소리도 반영=이와 함께 공화당 강경파의 목소리를 반영한 듯 이번 합의안에는 연방정부의 균형예산 유지 의무를 수정 헌법에 명시할지 여부를 의회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그동안 공화당 하원의 강경파인 이른바 티파티 의원들은 재정적자의 영구 퇴출을 위해 연방정부가 균형예산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수정 헌법에 명시하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정신 나간 소리라고 비난하는 등 공화당 내에서도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경제학자들도 빚이 14조달러가 넘는 미국이 이제 와서 해마다 균형예산을 이루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해왔다.

고지희 기자/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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