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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일 벗은 ‘7광구’, ‘길라임만 보였다’,
‘길라임’만 보였다. 한국영화로는 본격 3D영화를 표방해 큰 관심을 받고 있는 ‘7광구’(감독 김지훈)가 26일 서울 왕십리의 한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로 베일을 벗었다. 심해 괴물과 싸우는 ‘여전사’ 캐릭터를 맡은 하지원의 분투가 단연 돋보였다. 영화 후반부 몇 십분간 계속되는 심해 괴물과의 일대 일 사투장면에서 홀로 종횡무진, 악전고투를 벌였다. 국내 여배우로선 보기 드물게 활력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연기였다.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하지원이 맡았던 인물, ‘길라임’과 절묘하게 중첩된 것은 일종의 팬서비스이기도 했다. ‘길라임’은 ‘시크릿 가든’에서 무명의 액션 대역 여배우였고, 극중에서 ‘7광구’라는 실명 그대로의 영화 시나리오를 받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모터바이크로 망망대해 위 석유시추선을 질주하고, 총과 도끼, 각종 시추장비를 이용해 거대한 괴수와 당차게 싸우는 하지원(해저장비 매니저 ‘차해준’ 역)은 ‘길라임’의 실현된 꿈으로 받아들여질만했다.

영화 전반적으로는 3D와 괴수장르로서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였다. 잠수복을 입은 석유시추선 대원들이 심해에서 바다속의 경이와 마주하는 신이나 괴수의 촉수가 등장인물들을 위협하는 장면에서는 공간감과 ‘팝업효과’(스크린 속의 사물이 객석으로 다가오는 듯한 시각효과)가 강조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깊이감이나 입체감이 만족스럽게 구현되지는 않았다. 석유시추 파이프가 눈앞으로 떨어지고, 괴물이 잡아먹을 듯 포효하거나 징그러운 촉수가 얼굴을 찌를 듯한 몇 장면을 위해 100분여의 상영시간 내내 안면근육을 압박하는 ‘3D안경’의 무게와 이물감을 참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끈적끈적한 체액을 뚝뚝 떨어뜨리며 온갖 흉측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괴물의 디자인과 움직임은 한국영화 컴퓨터그래픽기술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작은 성취라 할만했다. ‘괴물’의 한강괴물, ‘차우’의 식인멧돼지, ‘디워’의 이무기에 이어 한국의 괴수 캐릭터가 한발씩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괴물과 사람이 마주하는 장면이나 등장인물을 괴수가 공격하는 일부 장면에서는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다. 디테일(세부)에서의 기술적 완성도가 아쉬웠다. 


‘7광구’에서 미완의 과제는 역시 서사였다. 석유시추대원의 일상을 그린 초반 장면에서 구사하는 유머나 개별 인물들의 이야기는 전체 드라마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괴수영화는 장르의 태생부터 정치사회적인 메타포와 깊은 연관을 맺으며 발전해왔으나 ‘7광구’는 장르영화로서도 세련된 이야기를 뽑아내는 데 실패했다. 결국 ‘(석유를 캐내려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괴물’과 ‘산유국의 꿈’이라는 서로 상반된 주제의식이 한 괴물 안에 배양된 이상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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