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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티가 뭔지를 보여주마’…5인조 록밴드 ‘칵스’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제대로 놀았다’고 하려면 진한 아메리카노를 먹어가면서라도 밤잠을 좀 포기해야 한다.

매일 밤 자정 무렵 시작하는 ‘하이프 스테이지’에서의 밤샘 파티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DJ나 댄서블한 록을 구사하는 팀들이 주로 무대를 꾸미는 스테이지. 둘째날 밤(31일 오전 2시) 여기 오를 국내 5인조 밴드 ‘칵스(the Koxx)’의 무대를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이현송(보컬), 숀(신디사이저), 박선빈(베이스), 신사론(드럼), 이수륜(기타). 멤버들 이름은 기억 못하더라도 “칵스를 즐겨듣는다”는 말만으로 당신은 최신 패션을 걸친 듯 ‘핫한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칵스는 시끌벅적한 파티를 위한 ‘특급 레서피’를 지녔다. 록의 거친 질주와 일렉트로니카의 몽환적이고 미래적인 사운드를 황금비율로 결합해내 결성 1년이 채 안 돼 평단과 마니아 층에서 ‘칵스 들어봤냐’라는 수근댐을 이끌어냈다. 


이들은 결성부터, 뼛속 깊이 ‘파티’ 그 자체였다. “2008년 마지막날, 대학 동기들끼리 파티를 했는데 그때 영국과 유럽의 댄서블한 록밴드 곡들을 카피해 연주하면서 신나게 놀았어요.”(이현송)

반응이 좋아 ‘제대로 해보자’고 의기투합한 이들은 본격적인 클럽 공연에 나섰다.

현재 포맷을 확정한 것 역시 파티를 통해서다. 2009년 10월 31일. 강남의 한 클럽에서 연 핼러윈데이 파티 무대에 선 이들은 록 대신 프랑스의 일렉트로니카 그룹 다프트펑크 곡들을 재해석해 DJ믹스 식으로 논스톱 퍼포먼스했다. 이때 신시사이저와 디제잉을 도와준 숀에 대해 멤버들은 “얘 없인 안 되겠다”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에게는 결성 이래 지금껏 ‘한국 밴드 같지 않다’ ‘외국 뮤지션 같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때론 찬사로, 때론 비판으로. “저흰 세계적인 음악을 하는 것 뿐이에요. 가요들도 원래는 외국음악에서 비롯된 거잖아요.”(박선빈) 가사도 대부분 영어다. 홍익대 앞 클럽에서 공연하면 관객 다수가 재한외국인들이다. 그러나 이들 멤버 다섯은 모두 토종 한국파.

일부 골수 록 마니아들은 이들의 음악을 춤추기 위한 가벼운 음악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보면 한 곡 안에서 템포와 박자가 바뀌는가 하면 폴리리듬(서로 다른 박자 체계를 같은 템포 안에서 가져가 리듬을 엇갈리게 하는 것)까지 사용하는 치밀함이 엿보인다. “악보를 펼치고 계산하는 식으로 곡을 쓰진 않아요. 서로 즉흥 연주를 하면서, 장난치다 나오는 프로그레시브함이죠.”(이현송)


이들은 국내 대형 무대를 넘어 해외 진출에도 날개를 달았다. 지난 7일 일본의 록 페스티벌 ‘나노무겐 서킷’에서 현지 유수 밴드들과 겨룬 데 이어 다음달에는 세계적인 일본 록페스티벌 ‘서머소닉’ 무대에도 초청받았다.

패셔너블한 의상 감각과 야생마 같은 무대 매너로도 유명한 칵스는 최근 나온 1집 정규 앨범 ‘Access OK’의 일청을, 다음과 같이 권했다. “태어날 때부터 봉골레 파스타 먹지는 않죠. 하지만 된장찌개만 먹을 순 없잖아요. 우리가 만든 새로운 음식, 한 번 들어보실래요?”(신사론)

<임희윤 기자@@limisglue> imi@heraldcorp.com
사진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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