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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적절치 못한 손학규 대표 한진重 방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14일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방문은 여러 면에서 적절치 못했다. 우선 회사 측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한 것은 명백한 경영권 침해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파업 6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노사 합의로 일단락됐고, 조합원들도 적극 환영했다. 반대가 없지는 않았지만 극히 일부였다. 마침 일감도 새로 들어와 노사가 경영 정상화에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손 대표를 포함한 정치세력이 개입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선명성을 부각하고, 사회 갈등 조정력을 보여줄 기회라는 정치적 계산을 했을 것이다. 심상정,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의 단식 돌입 등 좌파 정치인들이 적극 나서는 모습에 초조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같은 셈법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는 정치권이 감 놔라 배 놔라 할 사안이 아니다. 고공 크레인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격려 차원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김 씨의 시위는 법원의 퇴거 결정을 무시한 초불법이다. 법과 원칙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 제1야당 대표가 나설 일이 못 된다는 것이다. 야권 통합 주도권 선점 때문이라면 노사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난만 키울 뿐이다.

무엇보다 큰 손실은 손 대표의 정체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손 대표가 4·27 분당 재보궐선거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둔 것은 합리적인 중도 진보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치인으로 유권자들은 판단한 것이다. 이후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하고, 지지율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사태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당내 강경파의 성화에 떠밀려 부산을 찾음으로써 이런 믿음에 큰 흠집이 생겼다.

그나마 소득이라면 정치세력 개입에 분노하는 현지 분위기를 직접 목격한 것이다. 이른바 희망버스가 다녀간 자리에는 노상방뇨의 악취와 수십t의 쓰레기만 나뒹굴었다. 겨우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지역 경제는 다시 엉망이 됐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역 민심은 단단히 뿔이 났고, 손 대표도 이를 확실히 읽었을 것이다. 한진중공업이 파국을 맞으면 결국 피해는 근로자와 지역민들에게 돌아간다. 책임 있는 제1야당 대표라면 사회 혼란을 부추겨 판을 흔들며 선동정치를 일삼는 세력들과는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할 것이다. 손 대표는 자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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