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효리, 새로운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다
원조 요정(걸그룹 핑클의 리더), 리틀 최진실(데뷔 초의 별명), 주류계의 장기 집권(‘처음처럼’의 4년차 모델), 김완선ㆍ엄정화를 잇는 가요계의 섹시퀸(‘텐미닛’이 도화선), 비키니 여신(해마다 찍는 비키니 수영복 화보는 완판), 이동통신 CF(애니콜)를 ‘인기의 척도’로 끌어올린 발화선이 된 그녀. 과거에는 청순(핑클)했고, 때에 따라 귀여웠으며(잇몸을 드러내고 웃는 굴욕 사진마저도), 눈에 띄게 섹시(솔로가수 활동 이후)했으나 알고 보니 털털(‘패밀리가 떴다’를 통한 본연의 모습)했다.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는 최근 자신이 진행을 맡은 패션 프로그램을 통해 선배 가수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무조건 좋아요. 제 롤모델이거든요. 저는 쟤도 좋아요. 쟤 이름이 순심이죠?”

이쯤하면 눈치빠른 팬들은 알아듣는다.

지난 1999년 가요계를 이뤘던 양대 걸그룹 SES와 핑클, 그 가운데 핑클의 리더였던 이효리에 대한 이야기다. 미니홈피가 대세였던 세상(그녀가 신드롬이 됐던 당시)에서 단 한 번도 인터넷 공간으로 발을 들인 적인 없던 이효리가 SNS시대를 맞자 어느새 ‘소셜테이너’라는 수식어의 주인공이 됐다. 지겹도록 들어왔던 ‘섹시퀸’이라는 수식어 대신이다. 돌연 등장한 이 신조어는 ‘society’와 ‘entertainer’의 합성어로 ‘사회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수식어가 왜 원조 요정이었던 대한민국 가요계의 한 상징인 이효리에게 붙게됐는 지는 이효리의 최근 행보에 관계한다. 과거의 섹시퀸을 떠나 이제 새로운 스토리를 품은 그녀, 이효리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다.

▶이효리의 과거, 섹시퀸ㆍ예능퀸...시대가 변해도 ‘신드롬’=영향력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이효리였다. 그런 이효리가 2011년 반 년 사이 보여준 모습에서 과거 이효리의 이미지는 이미 거세된 듯 보였다. 그 이미지라는 것은 대체로 이렇다.

인기 걸그룹 핑클을 이끄는 리더였다. 대단히 뛰어난 가창력과 춤실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핑클에서 이효리의 존재감은 막대했다. 특유의 감각과 재치있는 말솜씨는 예능 안으로 들어오니 폭발적이었다. 인형같은 걸그룹 출신의 멤버가 재치있게 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고 신동엽(‘해피투게더’), 유재석(‘해피투게더’) 등의 최고 MC와 발을 맞췄다. 덕분에 이효리는 톱MC를 만들어내는 여자MC로 각광받았다. 이효리의 진행실력이 빛을 발하던 무대는 단연 시상식, 2008, 2009년에는 방송3사의 연말 시상식을 모조리 소화하며 차세대 시상식 MC로 각광받았다. 그것이 이효리가 보여주는 역량이었다.

음악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극과극의 논쟁을 불러오는 이효리이지만 솔로가수로서의 행보는 분명 화려했다.

때는 2003년, 그 해 들고나온 1집 앨범 ‘10 Minutes’은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새로운 시도로 해석된다. 뉴에라 스타일의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탱크톱에 헐렁한 배기팬츠를 입었다. 높은 힐을 신고도 힙합 리듬이 뒤섞인 음악에 맞춰 웨이브를 시도했던 이효리는 ‘한국의 비욘세’를 연상시켰다. 랩과 노래의 두 역량을 두루 품었던 업타운의 윤미래가 아닌 걸그룹 출신의 이효리라는 여자가수가 힙합의 섹시함을 입고 등장해 우리나가 가요계에 새 장르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다.

때문에 이효리의 1집 앨범은 하루에 6000~8000장씩 팔아치운 앨범 한 장으로서의 성공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기록됐다. 이효리의 음악은 물론 그녀가 입고 걸쳤던 모든 의상과 액세서리 등이 완판을 기록했고, 브라운관에서는 이효리의 하루를 만들어낼 법한 CF들이 쏟아졌다. 이효리의 해였으며, 모든 언론은 이효리에게 ‘신드롬’이라는 수식어를 부여했다.

당시 함께 진행하던 예능 프로그램들은 모조리 20%대의 시청률을 넘어서며 그야말로 ‘효리 효과’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이효리의 신화는 이때 쓰여지기 시작했다.

직격탄이 됐던 것은 2006년 발표했던 2집 앨범 ‘겟 차’의 표절 시비였다. 단지 건강하고 생기넘쳤던 것에서 벗어나 보다 짙어진 카리스마를 앞세운 변신이었지만 1집에 비해 저조했던 인기, 거기에 표절 논란까지. 그 무렵 이효리에겐 노상 논쟁이 따라붙었다. 선정성에 대한 논쟁, 표절시비에 대한 논란, 그 즈음 ‘해피투게더’의 MC를 다시 맡으며 새로운 이효리를 보여준 것은 약이었으나 시청률 참패를 기록한 2007년의 첫 드라마(‘세잎클로버’, SBS) 도전은 독이었다.

이효리는 하지만 주저앉지 않았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MC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보여줬다. 당시 언론은 이효리를 대체할 여자MC가 필요하다, 혹은 그럴 만한 대상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최고의 MC로 도약할 수 있던 때였다. 그 무렵 이효리는 신동엽 유재석과 다시 만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한다. S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였다. 예능과 가수활동을 겸했던 때도 이 때였다.

2009년 ‘유 고 걸(U Go Girl)’은 다시 이효리에게 가수로서의 황금기를 가져왔으며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로 이효리는 유재석과 함께 SBS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슈퍼스타K’에서 심사위원으로서의 참여는 이효리의 상징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던 예다.

2010년 ‘H-Logic’이라는 앨범의 이름 하에 들고 나온 ‘치티 치티 뱅뱅(Chitty Chitty Bang Bang)’은 이효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앨범이었으나 연이어 터져버린 또 한 번의 무더기 표절시비는 이효리의 가수 인생에 검은선으로 남겨졌다.

이효리의 성은 그럼에도 견고했다. 쓰러질 듯 보이면 늘 다시 섰고, 익숙함 가운데의 새로움으로 대중들을 찾았다. 대중적인 인지도와 남자팬보다는 여자팬들에게 더 두터운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는 이효리가 최근 반 년 사이 새로운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 이효리의 현재, 소셜테이너가 된 그녀=이효리가 소셜테이너가 됐다. 그것이 바로 그녀에게 부여된 새로운 수식어, 과거의 행보와는 다른 듯 하지만 그녀의 역사를 두고 보자니 자연스럽기도 하다.

지난 1월 이효리가 입양한 유기견 순심이는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유명하다.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버려진 강아지는 이효리를 만나며 귀여운 애완동물로 다시 태어났다. 얼굴은 서글서글하고 이름도 순박해 이효리의 팬들은 순심이에게도 무한한 애정을 보냈다.

이미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됐던 이효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낸 ‘오프 더 레코드’를 통해 이효리의 각별한 동물사랑을 만난 적이 있다. 고양이 두 마리를 가족처럼 키웠던 이효리였기에 그녀가 동물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것이 그리 낯설게 보이지는 않았다.

순심이와의 만남과 더불어 이효리는 여러 동물보호단체들과 힘을 모아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유기견을 돕기 위한 활동도 더 많이 해나갈 준비도 이어가고 있다.

패션 매거진 ‘싱글즈’ 5월호를 통해 애완견 순심이와 함께 촬영했던 ‘파티걸’ 콘셉트의 화보도 이효리로서는 유기견 보호를 알리기 위한 발판이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대중적 영향력과 인지도를 좋은 일에 써야겠다는 것이 바로 이효리의 생각이었다. 인터넷 안에서 그 어떤 개인공간을 가지지 않았던 이효리가 자신의 이름으로 블로그를 개설해 유기동물보호의 일환으로 재능기부에 동참하고 트위터를 만들어 순심이와의 일상을 알리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효리가 ‘H-Logic’ 이후 10개월 만에 발표한 신곡 ‘남아주세요’ 역시 유기동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오기 위한 수단이었다. 루시드폴이 작사ㆍ작곡에 참여했고 음원 수익의 전액은 이효리가 지정한 유기동물 보호소에 지원된다. 최근에는 월드비전과 함께 후원하는 아이를 만나고자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도 했으며, 9일에는 이효리의 민낯 봉사활동이 화제가 됐던 안성유기견보호소의 이전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바자회도 열었다. 이효리의 사회적 행보에 그녀가 모델이 됐던 한 의류 업체에서는 바자회 소식을 듣고 해당 업체의 의류를 기부했고 주류회사에서도 기부를 약속했다. 이 같은 후원에 이효리의 반응은 그녀다웠다. 털털하고 꾸밈없었다. “광고 찍을 때 허리를 좀 더 팍팍 꺾어드리겠다”는가 하면 “이거 바자회 때 다 안팔리면 내가 다 마셔야겠다”는 것이었다.

누구보다 화려해 가요계에서는 매번 포스트 이효리를 말한다. 같은 옷을 입건 섹시가수로 가요계에 도전장을 내밀건 이효리를 넘기 위한 시도들이 높다. 명실공히 가요계를 대표하는 섹시퀸 이효리라는 증거다. 여기에 이제 이효리는 마음을 나누기 위한 행보를 이어간다. 익숙한 그녀의 날들에 또 한 편의 스토리가 더해져 전혀 새로운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