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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낚였다 ‘아이폰 루머’
출시일도 모르는 아이폰5 국내뉴스만 3만여건…애플 ‘신비주의’가 낳은 효과만점 홍보수단
투자 분석가들 새 모델 언급

애플팬·언론 통해 확대 재생산

기대스펙이 소문 이어지기도

中 부품회사 관계자 사진 유출 등

생산 관련업체가 루머도 생산





“아이폰5는 화면이 더 커진다.” “차세대 아이폰은 물방울형 디자인이다.” “이르면 오는 8월, 늦으면 9월에 나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아이폰에 대한 루머가 인터넷 공간을 뒤흔든다. 온갖 ‘소식통’에서 새어나온 루머들…. 얼마나 믿어야 할까.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새삼 요란 떨 것도 없다. 차세대 아이폰이 등장할 시기가 가까워오면 매년 반복됐던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 외신을 통해 차세대 아이폰에 대한 정보가 흘러 들어온다. 이들의 진위 여부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 공방이 벌어진다. 여기에 가상 디자인까지 하나 둘 등장하고, 마침내 새 아이폰의 유출 사진이라 주장하는 몇 장의 사진이 정점을 찍는다. 지겨워도 어쩔 수 없다. 루머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새 아이폰을 들고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계속된다.

▶‘아이폰 루머’ 어떻게 나오나=애플은 공식적으로 제품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자사 직원들을 철저히 입단속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늘 예상치 못한 사고는 있는 법이다.

지난해 3월, 애플의 한 엔지니어가 아이폰4 단말기를 분실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IT 매체 기즈모도가 입수하면서 전면 카메라를 비롯해 아이폰4의 몇몇 기능과 디자인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로 전면 카메라가 달린 아이폰4가 출시돼 루머는 사실로 판명됐다.

아이폰 루머는 관련 업체들을 통해 양산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중국의 부품업체 관계자가 유출한 사진이 애플 전문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아이폰5가 배젤(스크린 가장자리)을 최소화한 디자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한동안 인터넷을 달궜다.

이 외에도 IT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와 시장 전망에 민감한 애널리스트 등이 여러 단서를 토대로 차세대 아이폰에 대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이폰 소식에 정통한 일본의 IT 블로거 ‘맥오타카라’는 아이폰4S 연내 출시설 등 애플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여러 전망을 내놓고 있다. 루머와 실제 제품의 사양이 일치해 루머의 진원지가 ‘성지화’ 되는 경우도 있고, 미니 아이폰 출시설처럼 한낱 ‘루머’에 그치는 추측들도 넘친다.


▶아이폰 루머에 울고 웃는 이들은
=애플은 얼마 전 아이폰5의 출시 일정과 관련해 “스티브 잡스밖에 모르는 사실”이라며 루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애플 입장에서는 루머가 가져다주는 ‘득’이 ‘실’보다 많은 게 사실이다. 잊을 만하면 아이폰 루머가 매체를 장식하니 따로 홍보를 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소문이야말로 애플사 홍보 전술의 최대 무기’라고 논평한 바 있다.

아이폰 루머가 떠돌 때마다 관련 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특히 통신사들은 경쟁사보다 앞서 출시 일자를 선점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이폰 액세서리 제조업체들은 아이폰 외관 디자인에 대한 전망이 나올 때마다 분주해진다. 새 아이폰을 손에 넣기도 전에 아이폰 케이스와 보호필름부터 미리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아이폰 루머에 ‘낚이고’ 실망하기를 반복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면역이 됐다지만 그래도 새 아이폰에 관한 소식이 들리면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대학생 김유나(23) 씨는 2년가량 써온 피처폰(일반폰)에 이상을 느껴 수리하는 대신 아이폰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아이폰5 관련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니 아이폰4를 사기엔 망설여졌다. ‘최신 제품을 사려면 죽기 직전에 사는 방법 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아이폰5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갤럭시S는 없는 루머, 왜 아이폰만?=유독 아이폰에 대한 루머가 넘쳐나는 것은 그만큼 제품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아이폰은 단순한 휴대전화가 아니다. 휴대전화가 통화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하나의 ‘혁명’에 가깝다. 절제된 디자인과 사용자 친화적인 조작 환경, 풍부한 콘텐츠는 아이폰을 타 스마트폰과 비교하기 어려운 위상을 갖게 했다. 미국의 애플스토어에선 새 아이폰이 출시될 때마다 노숙까지 불사하는 열혈 팬들로 진풍경이 연출된다.

아이폰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업계 동향에 발 빠른 투자분석가들이 새 아이폰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각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들이 내놓는 전망은 애플 팬들은 물론, 언론 및 관련 업체들의 입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루머’라는 이름으로 파장을 일으킨다.

때로는 애플 팬들과 소비자들이 바라는 ‘기대 스펙’이 루머로 이어지기도 한다. 뒷면이 볼록한 기존 아이폰과 평평한 아이폰4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 보니, 아이폰5에 대해 “디자인이 확 달라질 것이다”, “아이폰4와 비슷한 외관이 될 것”이라는 상이한 전망이 시간차를 두고 떠돌기도 한다. 차세대 아이폰의 추정 디자인만 수십 종에 이른다.

아이폰5의 출시일이 확정되지도 않은 현재, ‘아이폰5’와 관련된 국내 뉴스는 3만여건을 넘어섰으며 ‘아이폰5 출시’와 관련된 뉴스만 1만6000여건에 이른다.

▶아이폰 루머는 애플 ‘신비주의’ 탓?=꽁꽁 감출수록 궁금증은 커진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애플의 ‘신비주의’ 전략도 아이폰 루머가 유행처럼 번지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본래 ‘신비주의’로 유명하다. 제품 관련 사양을 누설하는 사람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초 아이패드가 처음 공개될 당시 애플은 행사 직전까지 제품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또 애플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타 IT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신기술과 신제품을 공개하는 것과 달리 번번이 행사에 불참했다. 대신 자사가 주최하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깜짝쇼 형식으로 매년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 같은 애플의 예측 가능함과 불확실성이 학습되면서, 팬들과 업계는 애플의 공식 행사가 가까워 오면 갖가지 추측을 쏟아낸다.

애플의 ‘신비주의’를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해 관심을 유발하고, 이를 구매로 연결시키는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보는 시선도 있다. 물론 아이폰 루머를 애플이 직접 냈다고 볼 만한 정황은 없다. 하지만 이를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신비주의’ 전략이 어떤 기업에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애플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 애플 팬들의 호기심과 관심은 차세대 아이폰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알아낸 내용들이 루머로 확산되기도 한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소문에 소비자 바람 있다


아이폰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결국 사용자 편의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기대하는 기능이 차세대 아이폰에 채택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바라지만 아직은 현실 가능성이 낮은 아이폰 루머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사모(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 모임)’ 네이버 카페 등 관련 커뮤니티들을 둘러보면 차세대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바람이 보인다.

▶배터리 ‘수명 연장의 꿈’=타 스마트폰에 비해 짧은 배터리 수명은 아이폰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 아이폰4의 경우 배터리 용량은 1450mAh로, HTC 센세이션(1520mAh), 갤럭시S2(1650mAh), 아트릭스(1930mAh) 등 경쟁 스마트폰과 비교했을 때 적은 편이다.

최근 인포그래픽랩이 공개한 아이폰5 루머 그래픽에 따르면 배터리 성능이 향상될 가능성은 20%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이폰4가 전작보다 배터리 수명이 길어진 만큼 고질적인 문제인 배터리 성능에 대한 고민이 차세대 아이폰에도 녹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가형 아이폰, 과연 나올까=애플이 중저가 아이폰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출시 여부는 안갯속에 싸여있다.

최근 안드로이드폰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애플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90만원 상당의 단말기 값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이 아이폰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포기하고 보급형 모델을 출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꿈의 속도 ‘LTE 아이폰’은 언제?=지난 1일부터 국내에서 LTE(롱텀에볼루션) 통신 서비스가 시작됐다.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는 기존의 3세대망(WCDMA)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5배가량 빠른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LTE 기반 아이폰이 연내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해커 집단 룰즈섹이 미국 이동통신사 AT&T로부터 빼낸 것으로 알려진 로드맵에 따르면 9월께 출시될 차세대 아이폰은 LTE를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LTE 기반 아이폰은 차기 아이패드와 함께 내년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애물단지 ‘아이폰 화이트’, 이번에는?=차세대 아이폰의 흰색 모델이 이번에는 제때 출시될 것인지도 관건이다. 앞서 흰색 아이폰4는 예정 출시일보다 10개월이나 늦게 모습을 드러내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또한 흰색 아이폰에서 열에 의해 페인트가 벗겨지는 등 제조상의 문제는 최근 흰색 아이폰4 출시와 함께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차세대 아이폰은 검정과 흰색 모델이 동시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혜미 기자/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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