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돈 굴릴 때 더 없어진 은행들, 이번엔 중기대출? …전문가들 “ 풍선효과 우려”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대책에 대해 더 이상 가계대출을 늘리지 말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돈 굴릴 때가 더 없어진 셈이다. 다른 대출처를 찾을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가계대출 연착륙 대책 발표 이후 가계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창구지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의 대출행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 동안 신용위험이 적은 주택담보대출로 비교적 편안하게 대출영업을 해온 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연착륙 대책 발표 이후 새로운 대출처 발굴로 고심 중이다. 가계가 막혀 기업 쪽에 대출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웬만한 대기업들은 운전 자금이나 설비투자에 들어가는 자금을 금리가 낮은 회사채 발행으로 충당해 굳이 은행에 손을 빌릴 필요가 없다. 은행들은 결국 신규 대출처로 중소기업 쪽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이 그 동안 거시경제 환경 변화나 정부의 규제에 따라 ‘군집행동’을 하는 대출행태를 보여온 탓에 이번 가계대출 규제가 또 다른 부작용을 양산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 대출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다.

지난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은행들의 ‘대출행태 서베이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태도 지수는 전분기보다 3포인트 오른 25로 지난 2007년 1분기(25)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13으로 전분기와 같았다.

반면 가계주책 대출태도지수는 0으로 전분기보다 6포인트나 하락했다. 대출태도지수는 0을 기준으로 100과 -100 사이에 분포하며, 이 지수가 높을 수록 은행이 대출에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고정금리형 대출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중소기업 고객을 타깃으로 한 기업고객본부를 신설하는 등 중소기업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변동금리형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토록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금리가 높은 고정금리형 대출비중을 쉽게 늘릴 수 없는 실정이어서 은행들이 선택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과거 은행들의 대출행태를 보면 ‘쏠림현상’이 심했다. 2001~2002년에는 가계대출, 2003년에는 카드신용, 2004~2005년에는 중소기업 대출에 급격히 쏠려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을 초래한 적이 있다.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늘렸던 2004년에는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가계대출 종합대책이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로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또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자금을 운용할 때가 마땅치 않은 은행들 입장에서는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신용위험 평가를 철저히 해 대출에 따른 위험을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