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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마>한국형 승용마, ‘토종이 경쟁력’
세계에는 무려 202종의 말(馬)이 존재한다. 원산지의 기후, 토양 등 환경 여건에 따라 외모와 습성이 다양화돼 있기 때문이다.

경마 선진국인 영국은 28종의 고유 품종을 갖고 있다. 가장 많은 말 품종을 보유한 나라다. 1t짜리 거대한 몸집으로 유명한 샤이어(Shire), 사냥을 목적으로 개량한 헌터(Hunter) 모두 영국이 기원인 말들이다. 2위는 미국으로 크림색의 백마 아메리칸 크림(American creme), 점박이 말 아팔루사(Appaloosa)등 25개 품종을 가졌다. 19개의 품종을 가진 프랑스가 뒤를 잇는다. 가까운 일본도 4개의 품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몽골 중동 이란 티베트 등도 각각 1개의 토종말을 보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국제혈통서위원회(ISBC)에서 인증된 고유 품종은 아직 없다. 다만,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제주마의 경우 종축 등을 담당하는 제주도 축산진흥원에 등록돼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우리도 다른 나라가 탐내는 명품종을 보유하고 있었다. 조선 초기에 생산된 오명마(五明馬)는 세종대왕의 ‘작품’이다. 세종은 신품종 말 생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중 오명마는 토종말과 몽고 중앙아시아 말의 교배에 의해 탄생한 ‘세종의 걸작’으로 일컬어진다. 강하고 지구력이 뛰어났던 오명마는 4군 6진 개척 등에 기여한 기특한 종이었다. 온몸이 검지만 네 발과 이마에는 흰털이 자라는 생김새부터 비범했던 오명마는 조선 초기 한국을 대표했던 명마로 기억된다.

그러나 조선의 말 개량 성공은 화도 불러왔다. 명나라가 오명마에 눈독을 들였고 매년 1000마리의 말을 상납할 것을 명령했다. 많은 말들이 명나라로 건너감에 따라 크고 좋은 말들이 부족했던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명마는 오늘날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천연기념물인 제주마는 현재 2000여 마리 정도 있다. 키(앞발굽에서 등선마루가지의 높이) 113㎝, 몸길이 122㎝ 정도의 작은 체구로 털 빛깔은 적갈색, 유백색 등이며 얼굴은 넓고 몸 각 부위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작지만 다부진 생김새를 자랑한다.

현대에 탄생된 한라마는 토종 제주마와 경주마인 서러브렛의 교배종으로 1990년 후반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 한라마는 서러브렛의 건강한 체격과 스피드, 제주마의 지구력을 겸비했다. 발굽이 강해 편자가 따로 필요 없으며, 튼튼한 발목과 강한 지구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키가 작은 토종마는 한국인 체형에 잘 맞아 경쟁력이 있다. 개량을 통해 한국형 승용마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승마산업 발전의 관건이다.

말이 하나의 품종으로 인정받으려면 차별된 유전형질이 적어도 3대 이상 후대로 이어져야 한다. 마사회 관계자는 “말산업육성법 시행을 앞두고 체고와 모색, 성격 등이 고정돼 하나의 품종으로 인정받는 한국형 승용마 모델 창출이서둘러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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