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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대세를 거스르는 연극 ‘산불’

  • 기사입력 2011-06-1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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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산불’은 고 차범석 선생이 왜 한국 연극사에 길이 남을 거장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 편의 연극이 관객의 마음에 와닿기까지 다양한 요소가 있겠지만, ‘산불’의 객석을 흔드는 힘은 단연 ‘원작’에서 나온다.

‘산불’은 최근 대학로에 쏟아지는 기분전환용 연극과 궤를 달리한다. 밝고 유쾌한 내용도 아니고,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 춤과 노래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눈물 쏙 뺄 만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작품도 아니다.

‘산불’은 여러모로 대세를 거스르는 작품이다. 판타지보다는 현실, 재미보다는 메시지, 관객의 눈보다는 귀를 겨냥한다. 대신 사실주의 연극의 촘촘한 재미와 감동이 따라붙는다.

작품은 한국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본능에 충실한 인간의 내면을 빼꼼히 들여다본다. 이념과 형이상학적인 언어를 내몰고, 인간 본성을 향한 통찰력 있는 언어로 리얼리즘의 정수를 선보인다.

빨치산에게 시달리는 과부들의 궁핍한 겨울. 외부로부터 위협당하는 과부촌의 여인들은 서로 ‘네 탓 내 탓’을 따지며 내부 분열을 일으킨다.

과부 양씨(강부자)와 최씨(권복순)가 티격태격하며 극의 긴장을 이끄는 가운데, 양씨 며느리 점례(서은경)와 최씨 딸 사월이(장영남)의 상반된 캐릭터가 재미를 더한다. 똑같이 남편을 잃은 처지지만, 사월이는 전쟁통에 시집을 가겠다고 노래를 부르고, 점례는 어떻게든 인내하며 (죽었을 게 분명한) 남편을 기다린다.

그러다 규복(조민기)이 과부촌에 숨어드는 것을 계기로 인간의 적나라한 본능이 드러난다. 남자와 먼저 정을 통한 점례가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그의 존재를 안 사월이는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만나자”며 점례를 설득한다. 사월이가 “점례에게 소중한 남자는 내게도 소중해”라며 적나라한 욕망을 표출하는 대목에선 객석에 웃음보가 터졌다.

상황 자체는 희극적이지만, 작품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어떤 지적ㆍ사회적 욕구보다 우선하는 것이 남녀 간 애욕임을 피력한다. 당시 지식인(규복)도 식욕ㆍ성욕과 같은 원초적 욕망 앞에선 단번에 놓아버리는 것이 바로 얇디얇은 인간의 지식임을 보여준다.

작품 속 인물은 전쟁통에서도 유희를 잊지 않는다. 그들도 사랑을 갈구하고 집착과 질투를 일삼고, 일상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바보 귀덕이나 치매에 걸린 노인도 지루할 수 있는 극에 재미를 더한다.


1500석 대극장에서 활활 타오르는 산불을 재현한 것도 인상적이다. 그 외 점례 집 뒤편의 200여그루 대나무와 50년대를 생생하게 포착한 초가집 등 제작비 8억원의 흔적이 곳곳에서 뭍어난다.

<조민선 기자@bonjod08>/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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