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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시들어가는 한국농구 인기, 국제대회 유치로 되살렸으면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 게임 준우승을 한 뒤 머리 속에 스치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대회를 준비하는 감독으로서 상대 국가들의 전술 전략을 파악하고, 각국 선수들의 장단점을 살피며, NBA에서 뛰는 주요 선수들의 출전여부를 확인하는 등 우리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바쁜 일정 속에 터키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를 관전한 것도 아시안 게임에서 만날 중국 이란 요르단의 전력분석때문이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참가조차 쉽지 않은 현 한국농구의 현실, 아시아권에서조차 2류로 밀려난 현실을 떠올리면 부럽기까지 했다.

지난해 광저우 대회를 위해 KBL(한국농구연맹)과 KBA(대한농구협회)가 힘을 모아 한국 농구의 미래를 위해 투자하려는 모습은 긍정적이었다. 그런 농구계의 노력이 아시안게임 준우승이란 값진 결과를 만들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매년 중국, 중동 등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나가는 한국 농구를 바라보면 아쉬움과 허전함이 교차한다.

1980~90년대에는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 등 여러 국제 대회를 국내에 유치한 바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국제대회를 유치한 기억이 없다. 프로농구가 생기고 외국 선수를 영입하고 농구 팬을 늘리려는 노력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고, 국내 선수들 실력도 늘었지만 농구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것 같다. 국제화 시대에 맞게 선진 외국 농구계와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 축구나 야구처럼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유망주나 스타들이 큰 물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국내 팀끼리 아옹다옹하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운영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중국, 일본 및 중동 국가들은 대회 유치를 위해 아시아연맹, 세계연맹에 자국 이사들을 진출시키려고 열을 올린다. 예전의 선배들이 아시아연맹을 주름잡으며 쌓아놓은 한국 농구의 위상과 힘이 다 어디로 갔는지 농구인으로서 부끄럽고 안타깝다. 그 동안 KBL, KBA가 한국 농구를 위해 많은 애를 써왔지만 국제화와 세계화에는 한참 뒤졌고, 축구와 야구에 비해서도 미흡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칠레 서쪽 대서양에 있는 갈라파고스 군도는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형성된 화산섬이기 때문에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됐다. 바다 이구아나, 갈라파고스 땅 거북 등의 고유종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 일본의 휴대전화는 너무나도 독자적인 발전을 거둔 나머지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는데 이를 ‘갈라파고스化’라고 일컫는다고 한다. 갈라파고스 섬이 인류에게는 귀중한 섬이지만, 일본에서는 세계화에 뒤쳐진 휴대폰의 대명사가 돼버렸다. 독자 기능을 너무 고집한 나머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이다.

한국 농구가 ‘갈라파고스 화’ 되지 않아야 한다. 지더라도 중국이나 중동 농구를 불러와 국내팬들 앞에서 맞붙어보자. 국내 팬들도 아시아 강국의 경기를 안방에서 보면 농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 중국과 우승을 다투던 한국농구가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유재학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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