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세’ 박정현, 작지만 강한 이유?
요즘 대세는 박정현(35)이다. 자그만한 체구에서 뿜어내는 폭풍 가창력이 대중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박정현이 MBC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다운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음원차트를 올킬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1등이 꼴찌가 될 수 있고 천하의 임재범조차도 4위가 되는 실력파들만의 무대다. 그런 곳에서 박정현만은 1위와 2위만을 하고 있다.

한 매체는 박정현을 ‘나가수’형의 가수라고 했다. ‘나가수’에서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말은 청춘평가단을 감동시킨 것이다. 청중평가단은 다양한 나이대의 일반 대중에서 뽑은 집단이다. 하지만 박정현이 간혹 ‘라라라’ ‘스케치북’ 등에서 노래할 때는 이런 정도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박정현은 노래를 잘 부른다고 인정될 정도의 가창력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외국에서도 통했다. 박정현이 일본에 진출했던 2004년 당시 일본 언론들은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보기 힘든 멋진 R&B가수”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가수’에서는 호소력과 감정전달이 충분히 될 수 있을 정도로 긴장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박정현이 그런 시스템에 들어가자 효과가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평소 무대에서 의상의 힘을 별로 빌지 않던 박정현의 ‘의상빨’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박정현은 왜소하다. 150cm, 44kg. 두 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느낀 바로는 유머감각도 별로 없고, 그렇게 진지한 스타일도 아니다. 하지만 ‘귀요미’ 얼굴이다. 꾸밈없는 활기도 느껴진다. 소설과 시에도 조예가 깊을 정도의 문학적이고 감성적 소양은 가사나 곡에서도 진하게 배여 있다.

박정현은 머라이어 캐리, 휘트니 휴스턴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R&B적인 창법을 지니게 됐다고 했다. 박정현은 R&B계에서 나얼과 함께 대표적인 남녀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R&B적인 성향은 2002년 4집 ‘꿈에’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R&B적인 창법에 재즈, 소울, 록 등 다른 장르와의 혼합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자신의 틀속에서 녹여내며 변화를 모색해왔다.

노래와 작곡ㆍ프로듀싱까지 1인3역에 끊임없이 창법의 변화를 추구하며 혼자서도 꽉차는 무대를 만드는 법을 익혔다. 연륜이 쌓여가면서 호소력과 감성 전달력은 원숙해져가고 있다.

임재범은 트로트 곡인 남진의 ‘빈잔’을 첨단 컴퓨터 사운드를 조합하고,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일렉트로니카로 편곡했으며, 큰 북까지 동원해 대중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장 외국에 내놔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올림픽 개폐회식과 같은 거대한 스케일, 특별한 이벤트용 같은 느낌도 들었다.

반면 박정현의 무대는 작은 ‘귀요미’ 혼자다. ‘첫인상’ ‘미아’ ‘꿈에’ 등 그녀가 부른 4곡은 백댄서도 없다. 하지만 무대는 꽉 찬다.

김어준은 김연우가 불리하다고 했다. “노래가 너무 정확하다. 인생의 곡절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김연우는 확 와닿는 스토리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현장에서도 감지됐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직구’를 구사하는 스타일이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박정현도 임재범과 같은 절절한 스토리는 없다. 하지만 박정현은 가창력이라는 베이스를 유지한 채 풍부한 성량으로 호소력을 뿜어낼 줄 안다. 작지만 강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요즘 박정현에게 연말 예능대상을 주어야 하나, 가요대상을 주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