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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덕, 김기덕을 파괴하다
한국 영화계와의 잇단 불화, 그리고 3년간의 침묵 후 신작. 김기덕〈사진〉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 ‘아리랑’에는 무슨 내용이 담겼을까.

제6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김 감독의 영화 ‘아리랑’이 국내외 영화계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예고편과 소개자료가 영화제 개막(11일)을 앞두고 최근 공개됐다. 김 감독 작품다운 파격적인 이미지와 내용으로 가득 차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칸영화제를 통해 영문으로 공개된 ‘시놉시스(줄거리)’는 “‘아리랑’은 김 감독(자신)에 대한 영화이며, 김기덕이 1인 3역을 맡았다”는 소개로 시작돼 “나는 당신을 기억하는 나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충격적인 문구로 끝난다.

“욕망이 잠식한 지상의 세계와 슬픔이 깃든 망령의 세상, 꿈이 도사린 상상의 세계 속에서 시작도 끝도 없이 우리는 천천히 미쳐가고 있다”며 “나를 둘러싼 것을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집착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그것(집착)은 내 감정을 시험에 들게 하며, 내 가시면류관에 들러붙어 있고,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다”며 “좋다. 우리 모두 생을 다할 때까지 무자비하게 서로를 죽이자”는 선문답 같은 내용도 영화 줄거리로 소개했다. 

2분쯤 되는 예고편은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임아…’로 시작되는 민요 ‘한오백년’을 배경으로 김 감독으로 보이는 이가 권총을 조립해 장전하는 모습을 담았다. 소녀(여인)의 이미지와 사슬에 묶인 남성의 손, 가시철망 사이로 무엇인가를 엿보는 남자(소년),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 등의 회화 이미지도 등장한다. 김 감독의 전작인 ‘악어’부터 ‘비몽’까지의 영화 포스터도 담겼다. 아파트와 한 유흥가 노래방에서 울리는 총소리, 권총이 스스로 장전돼 총구가 관객이나 누구에겐가로 향하는 장면도 있다.

김 감독의 ‘아리랑’은 기획과 제작ㆍ완성 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으며, 영화계에선 김 감독이 이 작품에 한국 영화계와의 불화와 갈등을 적나라하게 담았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제기돼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칸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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