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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라한 생색은 동남아 연예인...인터넷을 떠도는 인종차별 망령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동남아 여성들이 노인이랑 결혼해서라도 한국에 시집오려는 이유’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탈북 여성 등 한국에 시집오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 이런 여성들도 탐탁친 않지만 인종이 다른 동남아에서 원숭이를 데려오는 것보다는 낫다”며 동남아 출신 이주결혼여성을 원숭이에 빗댔다.

우리 사회가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지만 외국인에 대한 인터넷 상의 인종차별적 표현은 이처럼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터넷 상에 ▷혼혈인 증가를 막기 위해 국제결혼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등 뿌리 깊은 순혈주의 ▷특정국가 출신 외국인을 테러리즘과 연결해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키는 경향 ▷특정 국가나 피부색에 대한 편견 등 인종차별적 표현이 난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G20회의장 인근에 무슬림 사람 접근을 금지시켜야 한다. 테러 대비를 위해 접근시 전원 사살해야한다”, “우리 기숙사에 수단에서 온 흑인 두명이 있는데 흑인 냄새가 아주 지독하다” 는 등 외국인을 위협적 존재로 표현하거나 비하 하는 표현 등이 적지 않았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피부색이 까맣거나 행색이 남루한 연예인을 두고 ‘동남아 스타일’ ‘동남아마약판매상’이라고 표현한 경우가 많았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외국인 관련 정책 수립 시 인터넷 상의 인종차별적 표현에 대한 개선 방안이 포함되도록 할 것과 ▷인터넷 상에서 인종을 차별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표현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법무부 장관과 사단법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사회 의장에게 9일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을 통해 “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은 인종차별 우려가 있는 정보 및 인종을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하는 정보를 심의 대상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고,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2007년 민족 단일성을 강조하는 것이 국가간 이해와 우의 증진에 장애가될 수 있다며 우리 정부에 이를 개선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의견 표명의 배경을 설명했다.

인권위는 “다문화사회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정부의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 민간영역에서도 인종차별적 표현물을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존중과 배려의 다문화 사회로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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