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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정부 55조원 연기금 동원...재벌과 전면전
집권 후반기 공정사회 기조와 동반성장 정책으로 대기업을 압박해온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는 공적 연기금을 등에 업고 사실상의 ‘대기업 길들이기’에 나섰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26일 정책 토론회에서 밝힌 연기금 주주권 강화 방침에는 ‘주주 자본주의’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부의 기대에 못미치는 대기업의 경영 행태를 바로 잡겠다는 관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정부가 깔아준 멍석위에서 이윤 극대화에만 신경을 쓸 뿐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과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정부의 섭섭한 심경이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곽 위원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공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을 정조준했다.

곽 위원장은 성실한 주주권 행사야 말로 연기금 가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의무라고 강조했지만, 민간 연기금이 발달한 서구와 달리 정부의 영향권에 놓인 공적 연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 활동에 적극 개입할 경우 관치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난 MB노믹스 = ‘대기업 프렌들리’라던 이명박 정부는 왜 사사건건 대기업을 걸고 넘어질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곽 위원장이 주도한 MB노믹스의 기본 설계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MB노믹스에서 대기업 프렌들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MB노믹스는 정부가 기업의 경영 환경을 개선해주면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서민경제를 살찌우는, 이른 바 ‘따뜻한 시장경제’를 표방한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정부 정책의 혜택으로 내부 유보금을 잔뜩 쌓아두고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를 외면해 다 함께 잘 사는 MB노믹스의 선순환 고리를 끊어버렸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경제 실세들의 입에서 “환율 높였지, 금리 낮았지, 세금까지 깎아줬는데...”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곽 위원장도 지난 달 17일 한 금융회사 행사에 특별강연자로 참석해 “2년간 고환율로 좋았지만 대표 기업들 수익을 많이 낸 것이 독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시장 공기능 강화 = 곽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국민연금 적립액이 작년말 이미 324조원이며 향후 2043년에는 2500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공적 연기금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본격적으로 검토되야 할 시점”이라며 그동안 거수기 주주에 그쳤던 연기금이 성실한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1주 1권리 행사라는 자본주의의 교과서적 원칙을 준수하고,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을 견제한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주주자본주의’의 이름으로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막고 큰 정부로 가는 길을 터놓은 셈이다. 정부의 공정사회 기조와 동반성장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관치 논란= 정부의 선한 취지가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서구와는 달리 국내 연기금의 지배구조는 사실상 정부의 입김아래 놓여 있다. 연기금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관치 논란이 불거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곽 위원장이 “스스로의 혁신이 없는 시장은 성장할 수 없으므로 누군가가 우리 경제 내부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야하며 거대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할 효과적인 수단으로는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적절하다”고 말했을 때, 관치의 데자뷰가 짙게 느껴진다.

곽 위원장은 연설 말미에 “국민연금의 내부역량 강화가 조속히 이루어져야하며 관치논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를 개편,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인 과제”라고 지적했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양춘병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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