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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발해고’에서 읽은 창의적 혁신
발해사에 주목한 유득공

남ㆍ북국시대 지평 열듯

삼성ㆍLGㆍ카카오톡도

새 수익모델로 재도약을




조선 정조 8년(1784년). 규장각 검서관을 지낸 37살의 유득공은 ‘발해고(渤海考)’ 서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부여 씨(백제)가 망하고 고 씨(고구려)가 망하자 김 씨(신라)가 그 남쪽 땅을 차지했고 대 씨(발해 시조 대조영)가 북쪽을 영유해 발해라 했으니, 마땅히 남ㆍ북 국사가 있어야 함에도 고려가 이를 편찬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고려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삼국시대→통일신라→고려시대로 고착시킨 국사관을 삼국시대→남북국시대→고려시대로 확대한 유득공의 혜안이 놀랍다. 유득공은 이어 발해가 200여년을 존속한 어엿한 국가일진대 필히 사관과 역사서가 있었을 것이고, 고려로 유입된 발해 유민이 10만을 넘었으니 이들에게 왕과 예법을 물었으면 모르는 것이 없었을 텐데 어떻게 발해 역사를 지울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한반도의 2.5배가 넘는 발해 땅을 여진ㆍ거란족에 넘겨준 고려시대의 편협한 역사 의식에 대한 통박이다.

고려가 한반도마저 제대로 지배하지 못한 원인을 발해 역사 저작 기피에서 찾은 그의 창의적 역사관을 21세기 경영에 접목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손색이 없다. 고려가 정녕 고구려를 계승했다면 여진족과 거란족에게 장군을 보내어 토문강 북쪽과 압록강 서쪽의 옛 고구려 땅을 내놓으라고 꾸짖었어야 했다는 30대 실학자는 후대 기업인들에게 세계를 향한 열린 경영과 창조적 혁신을 주문한다.

무료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얼마 전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경쟁 상대로 삼겠다는 참신한 도발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가입자 1000만명에, 그것도 80%가 국내 사용자로 채워진 카카오톡이 이미 작년 말에 가입자수 수억명을 넘긴 글로벌 거대기업과 맞짱뜨려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현대 기업은 기존 관행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는 주저앉기 십상이다. 연간 80억달러의 부품을 주고받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특허전쟁을 벌이는 IT 업종은 더욱 냉혹하다. 시장규모가 무한대에 가까운 해외 수요 창출과 창조적 파괴를 계속해야만 지속경영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이 추진하는 영화ㆍ음악ㆍ책 등의 연계 서비스가 진정한 캐시카우가 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하지만 스마트 기기 수요자들을 충족시킬 콘텐츠만 제때 내놓는다면 직원 40명에 불과한 카카오의 도전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다음과 네이트가 ‘타도 네이버’를 외치며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네이버를 포함한 국내 포털 3사는 다시 구글의 모바일 검색 독점이 부당하다고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상책은 못 된다. 새로운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소프트웨어와 그에 걸맞은 검색엔진 개발이 먼저다.

소니와 IBM 등을 제치고 세계 일등 IT회사로 우뚝 선 삼성전자 또한 애니콜 신화에 잠시 안주하는 사이 새로운 ‘가치’를 들고나온 애플에 일격을 당했다. 오는 7월 이건희 회장 주재로 ‘선진제품 비교전시회’를 재개하기로 한 데서 발상의 전환과 창조경영의 위기감이 읽힌다. LG전자에 불어닥친 애플 후폭풍은 상상 이상이다. 전세를 역전시킬 비장의 카드를 하루빨리 내놓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했던 노키아의 수직 추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초일류기업이든 히든챔피언이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의 틈새를 공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유통 단계를 단순화하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가격파괴라도 해야 특유의 수익모델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기업가치가 1860억달러, 500억달러에 이르는 구글과 페이스북도 유득공의 역사관처럼 창조적 혁신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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