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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다울ㆍ김지후ㆍ김유리...모델들의 죽음, 그들은 왜?
조명이 켜지면 이 곳 런웨이에는 수많은 모델들이 쏟아져나온다. 비슷한 키와 비슷한 체격, 비슷한 화장을 입은 모델들은 반짝이는 조명을 따라, 비트감 넘치는 음악에 맞춰 캣워크로 런웨이를 지나친다. 일순 객석은 그들에게로 시선이 꽂힌다.

겨우 30초, 20m의 런웨이에서 주목받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이 짧은 시간의 무대에 오르기 위해 모델들은 수많은 밤낮을 오롯이 모델로 살아야 한다. 쉽지 않은 삶이다. 화려하지만 화려함을 벗겨내면 극도의 외로움과 스트레스, 갖은 강박이 겹겹이 쌓여있다.

19일 새벽 또 한 명의 어린 모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07년 슈퍼모델 선발대회로 데뷔한 김유리는 서울컬렉션과 대구컬렉션 등 유수의 패션쇼 무대에 오르며 활동한 촉망받는 모델이었다. 음독자살이라는 글자로 날아든 비보에는 모델 김유리의 처절한 삶의 흔적이 묻어있었다.

그에 앞서 지난 2009년에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톱모델 김다울이 프랑스 파리 자신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양인으로 특히 한국인 모델로 김다울이 활약한 세계무대에서의 거둔 성과는 극히 드문 일이었다. 김다울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던 해에 NY매거진 ‘주목해야 할 모델 탑10’에 선정되며 톱모델 반열에까지 올랐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유는 더 충격적이었다.

“세계 정상급 모델이 된 후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는 것은 당시 소속사 측이 전한 자살의 이유였으며 김다울은“지금이 내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였다”고 전하며 스스로 그 곳에서 내려왔다.

모델이라는 화려한 직업이 가진 짧은 수명은 이들을 스트레스의 더미로 밀어넣었다. 해가 다르게 어린 모델들이 등장한다. 10대 중반에서 후반, 이들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는 시기 역시 그러하다. 세계가 낳은 톱모델이 아니고서야 런웨이를 단독으로 걸어갈 일은 없다. 20m 남짓의 이 길을 그녀들은 두 세명의 경쟁자와 옷깃을 스치며 지나간다. 치열한 경쟁의 세계임이 어김없이 표출되지만 극도로 폐쇄된 이 업계에 대한 현실은 여전히 미지다.

이 끔찍한 경쟁은 이날 자살한 김유리에게서도 묻어났다. 김유리는 지난 2007년 4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너희들이 밥 한 공기 먹을 때 우린 밥 반 공기 먹으면서 저녁 6시 이후로는 물도 입에 대지 않았다. 너희들이 말로만 살 빼야한다고 난리칠 때 우린 줄자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을 재면서 스트레스 받아야했다. 톱이 되지 못해 울면서 모델계를 떠난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지 아는가”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는 세계 최고의 모델로 키워주는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 슈퍼모델’의 출연자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서로를 이기지 않으면 발탁될 수 없는 세계에서 이들은 자신을 관리하기 위해 식사를 거르기를 반복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시선은 강박에 가깝다.

실제로 김유리도 경찰 발견 당시 허벅지가 남자 발목 굵기 정도밖에 되지 않을 만큼 깡마른 몸이었다고 한다. 전세계 모델계가 깡마른 모델들에 대해 퇴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들에게 몸은 일반인들의 것과 다르다. 거식증을 안고 살기 일쑤이며 거식증 모델들에게선 급기야 사망 소식마저 전해지고 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이들 모델들의 삶은 우울증도 동반한다. 김유리 역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백번을 넘게 생각해봐도 세상엔 나 혼자 뿐이다’라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지후는 2007년 유명 디자이너 송지효 장광효 패션쇼 모델로 활동한 모델이다. 그 역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자살하기 3일 전에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인생은 다 바람같은 것”이라는 글을 남기며 심리적으로 평온하지 못한 상태임을 전해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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