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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처드 프린스…패러디와 도용 사이

  • 기사입력 2011-04-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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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사진’으로 유명한 프린스

‘운하지대’연 작에

카리우 사진 무단도용

“정당한 사용” 주장 불구

관련 저작물 반환 판결

프린스측 1048만弗 수익

원작자는 판매 기회 놓쳐



이제 아무리 명성이 대단한 작가라도 남의 사진(이미지)을 함부로 쓰진 못하게 됐다. 주위에 떠돌아다니는 사진들을 차용해 작업해온 세계적인 패러디 작가 리처드 프린스(62)가 한 사진작가의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한 혐의로 피소돼 재판에서 졌다.

사진작가 패트릭 카리우는 인기작가 프린스와 뉴욕의 명문화랑인 가고시안 갤러리, 리졸리 출판사를 상대로 지난 2008년 말 “나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를 제기했고, 최근 승소했다. 그는 자신의 사진들이 프린스의 ‘Canal Zone(운하지대)’ 연작에 허락없이 도용됐다고 주장했다. 프린스가 차용한 사진은 2000년 카리우가 출판한 사진집 ‘Yes Rasta’에 실렸던 것들이다. 카리우는 6년간 자메이카의 라스타파 인(人)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모습을 찍은 바 있다.

프린스는 ‘Yes Rasta’에서 총 41장의 사진을 차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원작을 변형한 정당한 사용”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데브라 배트 판사는 “카리우의 입장을 옹호하며, 피고인 프린스는 모든 무단도용한 사진작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또 아직 팔리지 않은 ‘Canal Zone’작품은 물론이고, 책, 슬라이드, 디스크까지 몽땅 반환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저작물을 차용할 때는 원작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언급해야 하며, 원작의 취지와 분명히 달라야 한다”고 적시했다.

시중에 떠도는 이미지들을 그대로 차용해 작업하는 유명작가 리처드 프린스가 차용한 카이우의 원작 사진(왼쪽). 오른쪽은 카이우 사진에 약간의 덧칠을 하고, 기타를 삽입한 프린스의 작품. 프린스의 오른쪽 작품은 고가에 판매됐다.

리처드 프린스는 ‘강인한 미국 남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인 ‘말보로(Marlboro)’ 담배광고를 그대로 패러디한 ‘카우보이’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작가. 미술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사진을 특별히 배우지도 않은 그는 “난 카메라의 기술적 측면은 모른다. 그런 기술도 없다. 그저 허름한 실험실에서 잡지광고를 재촬영해 두 번째 에디션을 만들 뿐이다. 암실에 전혀 들어가지 않고 말이다”라며 기염을 토했다.

대학 졸업 후 예술사진에 꽂혀 뉴욕의 이스트빌리지, 소호 일대를 어슬렁대던 그는 1977년 뉴욕타임스에 실린 넉 장의 사진을 다시 찍어 ‘Rephotograph’했다. 또 말보로 광고도 재촬영해 작품화했다. 그가 다른 사람의 사진을 다시 사진으로 찍은 작업은 미술계에 ‘Rephotograph’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 특히 말보로 광고를 패러디한 ‘카우보이’는 경매에서 100만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이후에도 그는 브룩 실즈가 열살 때 찍은 누드사진을 재촬영하는가 하면, 10대 소녀들의 야한 사진을 차용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1986년부터는 ‘Jokes’라는 회화 연작을 통해 미국 중산층의 성적 좌절감을 꼬집었고, 싸구려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간호사 연작(회화)을 내놓기도 했다. 또 루이뷔통과 협업해 명성을 한층 높였다. 프린스는 “예술계엔 심판원도 없고 룰도 없다. 그게 바로 예술계의 문제다. 하지만 그건 예술계의 엄청난 이점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풀어나가야 할 질문을 던지니까”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술사가인 정은영 박사는 “현대미술에선 유명 이미지를 차용해 작업하는 예가 많다. 프린스는 그런 면에서 단연 독보적인 작가다. 단, 그럴 때는 원작을 패러디했음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약 원작을 얘기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다면 그건 도용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가고시안 화랑은 프린스의 ‘Canal Zone’ 연작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연작 중 8점을 팔아 무려 1048만달러를 벌어들인 것. 이 중 60%는 작가인 프린스가 챙겼다. 프린스의 무단 도용으로 카리우는 자신의 사진을 팔 기회조차 놓쳤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프린스와 가고시안이 항소할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단, 남의 사진을 허락도 없이 차용해 작업하던 프린스는 ‘차용미술가’가 아닌, ‘도용미술가’란 오명을 얻게 됐다. 그러나 평소 “주제가 제일 중요하고, 도구는 그 다음(The subject comes first, the medium second)”임을 주창해온 프린스의 콧대는 여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논란까지 즐기니 말이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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