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복파동’ 호텔신라, 2005년 한식당 폐쇄
홀대받기는 한복이나 한식이나 매한가지였다. 이제 이 파장은 국회에서도 화두가 될 정도다.

국내 최고의 호텔로 손 꼽히는 호텔신라 뷔페식당 ’더 파크뷰’의 출입을 두고 13일 있었던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 씨의 ’한복 파동’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거세다.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한 이번 파동은 유명인사들에게도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혜순 씨의 아들은 ’뼈대없는 호텔’이라는 말로 이날의 불쾌감을 토로했고, 이혜순씨는 '기분이 상하다기보다는 우리 복식이 홀대를 받는다는 것에 안타깝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결국 이부진 사장은 직접 나서 이혜순 씨에 사과했지만 개운치 않은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날의 사건은 비단 여기가 시작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 1979년부터 운영되던 서라벌을 폐쇄한 것은 지난 2005년 이부진 사장이 기획부 부장으로 입사했을 당시다. 32년 전통과 맞바꾼 신라의 ’서라벌’ 자리엔 중식당인 ‘팔선’, 일식당인 ‘아리아께’, 프랑스 식당인 ‘콘티넨탈’, 뷔페인 ‘더 파크뷰’ 등이 대신하고 있다. 한식당은 사라진 이곳 호텔신라의 뷔페식당에서는 심지어 한복을 입고선 식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니 이는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호텔신라의 한식당 폐쇄는 다소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서울 시내 특급 호텔들은 대부분 이 같은 선택을 했다. 현재 서울 시내 특1급 18개 호텔을 찾아보니 중식, 양식, 일식당은 흔해도 한식당은 없었다. 겨우 4곳, 롯데호텔(무궁화), 워커힐 호텔(온달, 명월관), 르네상스 호텔(사비루), 메이필드 호텔(낙원)뿐이었다.

애초부터 이런 상황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식은 조리과정도 까다롭고 재료비와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 해가 다르게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니 호텔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됐다. 주요 호텔들은 하나둘 운영하던 한식당의 간판을 내렸다. 지난 1999년 밀레니엄서울힐튼의 한식당 ‘수라’를 시작으로 2005년 신라호텔의 한식당 ‘서라벌’, 웨스틴조선호텔의 ‘셔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한가위 등이 그랬다. 2000년대 초반까지의 분위기였다.

이러한 와중에 롯데호텔은 한식당 무궁화를 끝까지 살려냈다. 폐쇄 대신 변화를 모색한 롯데호텔에서 이 한식당은 새로운 본보기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 지하 1층에서 38층으로 옮겨간 무궁화에 롯데호텔이 투자한 금액은 무려 50억원이었다. 외국인 투숙객들에게 노출이 쉽도로 최상층으로 위치를 바꾼 것이다. 당초 이 자리는 국내 정ㆍ관ㆍ재계 VIP 손님들만이 출입이 가능했던 멤버십 클럽 ’메트로폴리탄’이 있던 자리였다. 무궁화는 이제 ’한식의 세계화’라는 기치의 선두에 선 상징적 의미가 되기에 충분했다.

롯데호텔의 이 같은 선택은 호텔업계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던 호텔신라의 한식당 폐쇄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게다가 ’한복파동’까지 일었던 최근의 사례와 비춰본다면 두 호텔은 이제 전혀 다른 길로 들어섰음을 볼 수 있다.

한복 파동으로 시작해 기모노를 차려 입고 자위대 창립 50주년 행사에 참석한 여성들이 호텔신라에 출입한 일까지 거론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번 일은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서도 거론된 뜨거운 감자다.

김을동 의원은 이날 “한복은 세계가 극찬하는 전통의상이다. 호텔 측에서는 직원의 실수라고 사과했는데 특급호텔에서 일어난 일인지 귀가 의심스럽다. 국가정책과 민간이 따로 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부분에서 국가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하며 “조사결과 상위 10개 호텔 중 한식당을 경영하는 곳은 4군데 뿐이다. 더군다나 한식으로 연회를 열 수 있는 특급호텔은 한 곳도 없었다”고 문제삼았다.

정병국 문화부 장관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한복 파동에 대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엄중히 처리하겠다”면서 “호텔 평가기준 중 한식당 유무 배점을 높이고 정부에서 지원을 해서라도 특급호텔에서 한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 개설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