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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들이 그린 자화상>‘짧은 휴식’에 목마른 나…커피잔 속 한조각의 여유

  • 기사입력 2011-04-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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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호랑이부터 부엉이, 돼지 등 주로 12지에 나오는 동물들이다. 이따금씩 언론사와 인터뷰를 갖거나 전시장에서 관람객들과 만나면 항상 받는 질문이 있다. 바로 “왜 동물을 그리게 되었는가?”란 질문이다. 나는 나름대로 동물들의 표정을 연구하고, 동작과 습성을 알아낸 후 의인화한다. 언제나 동물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지만, 사실 난 사람들을 그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 내겐 동물이 곧 사람이다.

그동안 많은 동물들을 그려왔는데, 요즘 들어 호랑이와 부엉이가 부쩍 많이 등장한다. 호랑이는 내 자신의 띠 동물이라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고, 부엉이는 귀여우면서도 속마음을 쉽게 노출하지 않는 표정이 그림의 소재로 제격이다. 이 두 동물들을 통해 세상을 풍자하는 내 자신을 투영한다. 내 이야기들을 그림을 통해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동물들이 내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민망함도 덜하다. 그렇기에 사회에 대한 나의 생각도 마음껏 전할 수 있다.

욕조에 종이배를 띄우고 쉬는 호랑이 또한 작가의 분신이다. 안윤모 작 ‘휴식’


얼마 전 나는 ‘커피 홀릭’이란 전시를 가진 적이 있다. 사실 난 누가 뭐래도 커피 홀릭이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작업 중에도 틈틈이 커피를 마신다. 아이디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커피 한 잔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창작을 위한 영감을 끊임없이 목말라해서일까. 때로는 아예 커피잔 속으로 뛰어들어가 앉아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라도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주기만 한다면 난 커피잔 속에 언제든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올해 들어 나는 벌써 두번째 개인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또 발달장애아들과 함께하는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라는 전국 투어 프로젝트와 크고 작은 아트페어, 그리고 기획전들이 숨 돌릴 틈 없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커피 한 잔 여유롭게 마시며 이야기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아 어느새 ‘테이크아웃’이란 신조어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 내 그림에 ‘휴식’이란 제목의 그림이 더욱 많은지 모르겠다. 

 

호랑이, 부엉이 등 동물을 의인화한 그림을 즐겨 그리는 작가 안윤모의 회화 ‘커피잔 속 부엉이’. 커피를 마시며 영감을 얻곤 하는 작가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을 땐 아예 커피잔 속으로 뛰어드는 상상을 하곤 한다. 부엉이의 동근 눈이 사랑스럽다.

현대인들은 휴식에 목말라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자전적 이야기로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고 싶다. 욕조에 비스듬히 누워 휴식 중인 호랑이, 커피잔 속에 앉아 상념에 잠긴 부엉이처럼 다른 이들도 잠깐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글, 그림= 안윤모(화가, 설치미술가) >





홍익대 미대 및 뉴욕시립대 대학원을 졸업한 안윤모(YUN-MO AHNㆍ49) 작가는 일상을 소재로 작업한다. 그의 작품은 인간 내면에 대한 이해와 표현으로 지극히 따뜻하다. 의인화한 동물을 등장시켜 해학과 웃음이 따르는 안윤모의 작품은 삶을 한 발작쯤 떨어져 관조하게 한다. 현대의 우화처럼 감각적이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의 그림들은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아, 무려 42회에 달하는 개인전을 갖게 했다. 

작가는 각종 기획전과 아트페어와 옥션에도 수시로 참여 중이다. ‘책과 노닐다’란 이름의 전국 투어 프로젝트를 제주현대미술관을 필두로 문화 소외지역에서 두루 가졌던 안윤모는 대학로 아트포럼뉴게이트에서 현재 임만혁 작가와 함께 ‘유머와 파토스’전(~30일)을 열고 있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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