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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혀진 천재(?)의 ‘화려한 귀환’
배선영 교수 輸銀감사에
관가에서 잊혀진, 그러나 뇌리에 선한 이름. 배선영.

짧고도 강렬한 공직생활과 두 번이나 고배를 안겨준 정치인의 꿈, 이어 교수생활까지.

한때 경제학자 케인스에 대한 신봉자이자 이단아로 불렸던, 관가의 천재.

배선영(51) 수원여대 교수가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 감사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공직자로서 흔치 않은 인생 역정에다 여전히 회자되는 그의 능력과 스타일(?) 때문이다.

그를 만난 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살갑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강연과 연구에만 몰두했다는 그는 다음달께 수년간 집필한 저서(시장의 비밀)가 나온다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환율분쟁에 대한 합리적인 해설서라고 소개했다. 이번 책도 두껍냐고 묻자 (웃으며)“500쪽쯤 된다”고 했다.

그는 공직에 있던 1998년 ‘화폐ㆍ이자ㆍ주가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 기존 경제학에 대한 이론적 도전’이라는, 무려 1000여쪽에 이르는 책을 낸 적이 있다.

조순 부총리가 서울대 교수 시절 가장 똑똑한 제자로 꼽았다는 배 감사는 케인스의 양대 이론 중 유효수요이론에 대해선 신봉하면서도 화폐이론(유동성선호이론)은 철저히 반박했다.

그의 석사 논문이 그 내용인데, 최우수 논문상까지 받을 만큼 관심을 모았다. 유동성선호이론은 케인스가 아닌 자신의 이론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던 게 그런 이유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행정고시에 최연소에 차석으로 합격(24회)했고, 외무고시(16회)까지 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등이 배 감사가 1983년 수습 사무관 때부터 동고동락했던 선배다. 1999년 말 DJ정권 때 청와대 경제수석비서실 근무를 마지막으로 국회의원(민주당ㆍ서초구)에 두 번이나 출마, 고배를 마셨다. 이후 수원여대와 한양대 산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하며 연구에만 매진했다.

그의 부친은 한국 철학계의 거두 고 배종호 전 연세대 철학과 교수다. 배 교수의 저서 ‘한국유학사’는 일본어로 번역돼 도쿄대와 교토대에서 교재로 쓰인다.

배 감사는 “경제학자로서 선친의 족적을 조금이나마 따라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르마 탄 한쪽 머리를 한껏 치켜올린 헤어스타일이 여전하냐고 묻자, “그때보다는 짧아졌지만 갑자기 바뀌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감사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는 손사래를 쳤지만 밝히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아직 미혼이란 사실이다.

김형곤 기자/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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