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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입사원’, 생계형 지원자들을 어찌할꼬...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면서 피로도도 함께 생겼다. 생방송 체제로 들어가면 탈락자와 진출자를 가리는 경쟁 시스템이 긴장과 흥분을 동반하면서 큰 효험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를 떨어뜨려야 하는 만큼 잔인할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체감지수가 다를 뿐이다.

서바이벌 형식을 취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하면 우는 도전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에서 탈락자의 눈물은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나운서 공채 오디션 프로그램 MBC ‘신입사원’에서의 눈물은 이들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직장을 잡는 일이므로 훨씬 더 생계형으로 느껴진다.


‘신입사원’에 참가하기위해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졌다는 말을 듣고 심사위원으로 나온 아나운서들은 “괜히 죄를 지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강미정씨(28)와 강지영씨(23) 김아라씨(27)가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라며 절박함을 호소하며 읍소하자 방송으로 보기 힘든 상황이 돼버렸다.

‘신입사원’ 지원자들도 최종 합격자 1~3명(정확한 숫자는 확정되지 않음)외에는 모두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했다. 하지만 실제 신입사원을 뽑는 현장은 88만원 세대의 냉엄한 취업 현실을 상기시켜줄 정도로 잔인하다. ‘신입사원’ 제작진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따라서 서바이벌 구조의 피로도를 상쇄할만한 대책이 프로그램내에서 발견되어야 한다.

‘신입사원’은 출발부터 어느 정도 비호감을 안고 출발했다. 아나운서는 방송사 자체에서 뽑으면 되지 굳이 방송 프로그램으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생활 침해 논란과 수많은 예심 지원자를 평가할 시간조차 없다는 데서 오는 심사기준의 불명확함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게다가 초반에는 다소 권위적인 면도 목격됐다. “이런 것도 모르고 아나운서에 도전했느냐”고 말하는 심사위원의 고압적인 자세는 눈에 거슬렸다. 다행히도 3차 테스트인 1대1일 자기소개부터는 심사를 맡은 아나운서들이 지원자와 똑같은 높이에서 조언하고 고민하려는 자세가 엿보였다.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이 강자가 되고, 지원자가 약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원자와 심사위원은 각기 다른 역할을 맡은 사람일 뿐이라는 점을 ‘신입사원’ 심사위원들은 다른 오디션 심사위원보다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신입사원’에서 방송콘텐츠로서 적합한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가치들을 보았다. 1대1 면접에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고, 위기 상황을 탈피하는 요령을 키우는 것은 아나운서 지망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갖춰야 한다. 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이미지 메이킹 요령을 얻을 수도 있다. 아나운서가 갖춰야 될 자질이 신(身) 언(言) 서(書) 판(判)이라면 누구나 이를 배워둘 필요가 있다.

면접은 소통을 전제로 한다. 심사위원만 지원자에게 물어볼 게 아니라 지원자도 자신이 희망하는 화사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신입사원’은 심사위원들만이 질문을 던지는 일방적인 소통이다. 서바이벌 형식은 경쟁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의 과정과 내용까지 지나치게 경쟁시스템을 정당화시켜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두 가지 측면의 지배를 받는다. 하나는 목적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것이 방송물(예능)이라는 점이다. 전자에만 충실하면 시청률을 올리기 어렵고, 후자에 치중하다가는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기획의도를 의심받는다. 만약 전자에만 올인하는 시스템이라면 ‘신입사장’이라는 타이틀 아래 MBC 사장을 오디션으로 뽑는 프로그램도 만들만하다.

하지만 ‘신입사원’ 제작진은 방송콘텐츠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보지 않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제작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밋밋한 상황보다는 극적 구성이나 즐거움을 찾게 된다. 참가지의 실력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볼거리와 스토리, 감동거리에 집착해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위대한 탄생’은 권리세라는 노이즈가 큰 역할을 했다. ‘신입사원’은 주말 저녁 예능 방송인 만큼 어느 정도 즐거움이 필요하다. ‘나는 가수다’가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청자들이 보는 것은 뮤지션의 노래를 듣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에는 즐거움의 요소가 부족하다. 억지로 없는 즐거움을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포맷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만담대회 우승자인 장성규(29)와 ‘무한도전’에도 나온 패션모델 이시우(33)가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아슬아슬한 측면도 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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