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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란기자의 미술산책] 필름의 흥미로운 재편집..‘피처링 시네마’展
우리 옛 선조들이 썼던 섬세한 화장도구 등을 선보이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과 이색적인 인테리어가 도드라진 뮤지엄 카페, 그리고 옥상의 하늘정원 ‘C가든’ 등이 있는 서울 강남 신사동의 복합문화빌딩 ‘스페이스C’에는 미술관도 있습니다.

바로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입니다. 코리아나화장품이 운영하는 이 미술관은 1년에 두 차례 본격적인 기획전을 엽니다. 물론 중간중간 작은 전시도 곁들여지지만 봄, 가을 전시는 꽤나 공을 들이는 ‘간판급 기획전’입니다. 따라서 내용이 꽤 알찹니다.

7일 개막하는 ‘피처링 시네마(Featuring Cinema)’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영화 이미지를 새로운 문맥에서 편집, 재배열해 새로운 차원의 리얼리티와 의미를 빚어내는 비디오아트의 새 흐름을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설명만 들으면 ‘또, 어렵네…’ 할 수 있지만 그냥 편한 마음으로 찾아 차분히 영상을 따라가면 됩니다.

전시에는 비디오아트와 실험영화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국내외 주요 작가 9명의 작품 10점이 나왔습니다. 브루스 코너(미국), 크리스토프 지라르데 & 마티아스 뮐러(독일), 올리버 피에치(독일) 등 작가의 면면은 꽤나 화려합니다. 장르별로는 싱글채널 비디오, 다채널 비디오, 16㎜ 필름, 영상설치가 망라됐고요. 


출품작은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를 재조합한 것이 공통점입니다. ‘발견된 화면’이라는 뜻의 ‘파운드 푸티지’는 현대미술계에선 누군가가 찍어놓은 필름을 차용해 이를 자기 식으로 재편집하는 기법을 지칭합니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몽타주하는 게 아니라 또다른 시각과 미감으로 이를 비틀거나 엉뚱하게 조합하는 것이 특징이죠.

예를 들면 본격적인 ‘파운드 푸티지 필름’의 원조로 꼽히는 브루스 코너는 서로 다른 이질적인 영상이미지를 병치시켜 중층적인 의미를 제시합니다. 코너는 영화, 뉴스, 광고에서 추출한 전혀 상관없는 영상을 무작위적으로 편집해 ‘시각의 파편화와 낯섦의 효과’를 보여줍니다. 이 같은 반(反)서사를 통해 작업의 메타 미디어적 속성을 드러낸 것이죠. 


전시는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됐습니다. ‘파괴와 조합의 미학’ ‘네버엔딩 스토리’ ‘영화의 재구성’이 그것으로, 작품은 기존 영화의 문맥을 해체하면서 끊임없는 의미의 연쇄작용을 일으킵니다. 관객은 이미지 통로에 자연스럽게 빠져들면서 어느새 스스로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번 ‘피처링 시네마’전은 감독이자 에디터(편집자)이기도 한 영상작가의 영화 이미지의 반복 재생작업이 어떻게 영화의 일루전을 해체하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영화와 미디어가 우리의 인식과 지각을 어떻게 조정하고 개입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읍니다.

전시를 기획한 유승희 부관장은 “출품작은 영화장면을 차용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영화의 장치와 서사를 이용해 인간의 깊은 내면, 그들의 상처를 다층적이고도 은밀히 건드린다”며 “원작에 익숙한 관객은 영상 조각이 파생시키는 수백가지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서사를 구성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이어집니다. (02)547-9177 사진제공=코리아나미술관

이영란 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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