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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 질’ 되레 팍팍…상대적 박탈감만 더 커졌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2만弗 시대’는
고유가·치솟는 물가에 시름

근로시간 길고 복지는 제자리


경기도 용인의 전자부품 조립 공장에서 일하는 박모(46) 씨. 그는 경북 영천에 놔두고 온 가족과의 전화 통화로 하루를 시작한다. 20년째 중소기업을 전전하다 지난해 용인까지 올라온 그의 유일한 바람은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다. 그가 매달 거의 통째로 가족에게 송금하는 월급은 200만원 남짓.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년 만에 2만달러대로 재진입했다는 소식은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들 뿐이다.

건설업체에 철근을 납품하다 도산, 개인파산을 신청한 중소기업 대표 김모(44) 씨는 사실상 마지막 개인 재산이던 승용차마저 얼마전 처분했다.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3년 전보다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느끼는 그의 소박한 꿈은 가족과 외식 한 번 해보는 것이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6.2%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총저축률도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뉴스들은 그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다.

오히려 최근 급등한 물가 앞에서 한숨만 나올 뿐이다.

맞벌이 주부 정모(42) 씨는 요즘 마트에서 물건 고르기가 겁난다. 천정부지로 오른 신선식품 코너에서 늘 망설인다. 얼마 담지도 않았는데 몇 만원은 그냥 나간다. 늘 생활비를 걱정하는 그의 최대 고민은 둘째 딸을 영어유치원에 꼭 보내야 할지다.

경제의 파이는 커졌고 기업의 볼륨도 늘어났지만 국민 개개인이 저마다 느끼는 삶의 질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 아직도 근로시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길고, 복지 관련 공공지출은 비중이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경제, 사회, 인구, 노동시장 등 12개 부문에 대한 지표를 담은 2010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지난 2008년 기준 2256시간으로 OECD 평균(1764시간)보다 492시간이 많았다. 반면 재정지출 가운데 복지 관련 사회적 공공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9%로 조사대상 35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치솟는 물가 때문에 생활 여건은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24주 연속 상승한 국내 휘발유는 29일 현재 전국 평균가격이 ℓ당 1968.10원까지 올랐다.

OECD의 2월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나 급등해 34개 회원국 가운데 에스토니아(5.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였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가 발표된 이날도 서민들은 팍팍해진 삶의 현장에 머물 뿐이다.

김형곤 기자/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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