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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대한민국 울린 ‘엄마 신드롬’ 美서도 계속된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초판 이례적 10만부 인쇄…보편적 공감대로 세계시장 노크 주목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가슴을 털썩 내려앉게 만든 선고문과도 같은 첫 문장. 소설가 신경숙(48)의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가 다음달 5일 미국에서 정식 출간된다. ‘Please Look After Mom’이라는 제목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전문 출판사 크노프를 통해서다. 크노프의 수석편집자이자 부사장인 로빈 데서는 ‘엄마를~’에 의욕을 보이며 초판으로 10만부를 찍어냈다. 해외 작가로는 이례적이다. 앞서 미국 시장에 진출한 김영하의 ‘빛의 제국’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1만부가량 판매기록을 세운 것과 비교해봐도 놀랄 만한 수치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 한파 속에서 얼어붙은 마음을 위로하며 출간 10개월 만에 100쇄, 100만부를 돌파한 ‘엄마 열풍’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현재 170만부 판매에 연극과 영화, 뮤지컬로도 제작되며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사실 ‘엄마를 부탁해’는 평단에선 환영받지 못했다. 통속적이라며 차가웠다. 이런 냉대에 얼마 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일침을 가하며, “2000년대 한국 문학의 활력을 보여주는 뛰어난 소설이며, 세계 시장에 내놓음직한 많지 않은 문제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신 씨로선 날개를 단 셈이다.

‘엄마를 부탁해’에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지금까지 한국 문학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특히 세계로 통하는 관문인 미국에서의 상업적 성공은 굳이 한국 문학이 아니라도 벽이 높다.

문제는 더없이 끈끈하고 목메는 한국식 엄마라는 소재가 얼마나 보편적 공감대를 얻느냐다.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신 씨는 “소설 속 어머니인 박소녀를 나 역시 한국적 어머니라고 생각했고, 미국에서 과연 통할까라는 생각도 있었다”며, “읽어본 이들이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아 나도 놀랐다”고 전했다. 한국식 엄마는 아니라도 대지로서의 어머니, 순수와 영혼의 안식처, 모태로서의 상징은 문화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를 끌어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피에타상(像) 앞, “엄마를 부탁해”라는 주인공의 간절한 기도는 보편성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될 수도 있겠다. “가능하면 미국 독자들에게도 많이 읽히고 친근감 있게 소통돼 한국 문학의 입구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신 씨의 바람은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 마침, 때는 사순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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