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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의 자산관리 혁명, 골든 오션을 열다
올 해 자본시장 최대 화두는 삼성증권이다. 바이코리아와 미래에셋 펀드열풍이 ‘열병’이었다면, 삼성증권이 일으킨 자산관리 바람은 ‘혁명’에 가깝다. 경쟁사들은 물론 금융시장을 ‘장기독재’하던 은행들마져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증권 혁명은 그 동안 소외당했던 ‘소비자 주권의 회복’이 기치다. 금융시장 발전을 막아왔던 은행의 전당포식 영업과, 증권사의 천수답식 영업의 오랜 관행은 삼성증권의 자산관리 혁명으로 이제 ‘단두대’에 서게 됐다. 반면 금융회사들의 이익에 희생되기만했던 금융소비자들 앞에는 진정한 자산관리서비스라는 ‘골든오션’이 열리고 있다.

▶뼈를 깎는 10년=증권회사 전부가 주식중개에만 매달리던 2000년대 초반, 삼성증권은 ‘Honors Club’이라는 PB 브랜드를 업계 최초로 선보인다. 2005년에는 전 영업직원에 PB직급을 도입하고, 전 지점을 PB점포화한다.

당연히 삼성의 노력은 업계의 우려를 샀다. 당시 은행은 막강한 지점망으로 자산관리시장을 독점하고 있었고, 경쟁사는 브로커리지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노력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빛을 발한다. 금융위기의 신호탄이었던 베어스턴스 붕괴 직후 취임한 박준현 사장은 그 동안 갈고 닦았던 칼을 빼들었다.

▶공급자 시장에서 소비자 시장으로=박 사장의 검법은 간결했다. 국내에서는 자산관리브랜드 POP을 출범시키고, 해외에서는 홍콩, 동경 등에 진출했다. 가장 먼저 성과를 낸 것은 POP였다. 증권사에 돈되는 거래가 아니라, 고객에게 돈을 벌어주는 거래를 추구했다. 이같은 시도는 바이코리아와 펀드열풍에 실망한 고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 동안 뭍혀있던 서비스인 랩어카운트를 앞세워 강남 초고액자산가 시장을 공략한 삼성증권은 단숨에 시장을 장악한다. 경쟁사들은 속수무책이었다. 10년간 인프라를 닦아온 삼성을 몇 달새 뒤쫓기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빅3에서 빅1으로=2008년말 62조원이던 지점예탁자산은 지난해 9월말 100조를 돌파했다. 최초다. 예탁자산 1억원 이상 개인고객은 2만명이 불어나 8만명에 달한다. 2위의 배다. ‘PB는 돈이 안된다’는 시장통념도 깼다. 자산관리 부문의 전체 순수익내 비중은 2008년 13%에서 2010년 22%까지 높아졌다. 그런데 삼성의 질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로스차일드, 맨(MAN), 화샤기금, 레그메이슨 등 글로벌 투자회사와 맺은 제휴를 바탕으로 헤지펀드와 해외투자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지금 삼성증권 고객들은 국내 어디서도 받아보지 못한 글로벌 수준의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

▶삼성증권≠자문형랩=삼성증권 성공의 핵심은 자문형랩이 아니라 POP다. 시장 부침에 상관없이 항상 최적의 자산관리 전략과 상품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지금은 랩이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주력상품과 전략은 유연하게 변한다. 슬로건이 ‘create with you’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은퇴시장 확대와 함께 주목을 받은 채권투자형 월수익 지급형 상품 ‘POP 골든에그’는 좋은 예다. 특히 POP시스템을 통해 본사 수준의 자산관리 역량을 일반 지점직원들도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은 가히 획기적이다. 삼성증권 측은 “적어도 삼성증권에서 PB개인 역량에 따라 자산관리 성과에 편차나 나는 일은 이제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한결같은 관리의 삼성=최근 랩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삼성증권의 위험관리 체계를 보면 ‘기우’일 뿐이다. 삼성증권의 자문사가 되려면 모래알 하나 놓치지 않을 정도의 치밀한 조사를 거쳐야 한다. 주요 이슈가 발생할 때에도 수시로 실사가 이뤄진다. 매년 1회 의상의 정기실사는 의무다. 특히 내부 운영가이드라인을 통해 한 포트폴리오 내에 특정종목 비중은 30%, 개인의 전체 랩 자산에서 특정종목 비중은 10%를 넘지 못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자문사랩이나 추천종목에 분산투자하는 상품과 한중, 한미 등 해외와 국내 동시 투자 포트폴리오도 제공하고 있다.

▶금융의 삼성전자로=삼성증권은 2009년 8월 홍콩에 60여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법인을 새롭게 출범시켰다. 무리한 투자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삼성생명 CFO출신으로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가진 박 사장은 글로벌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않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출신 인력들이 영입돼 현재 규모는 100명으로 불어났다. 선장은 크레디스위스(CS)를 아시아 최고로 키운 황성준 부사장이다. 홍콩법인은 지금까지 IB에서 3조4000억원의 딜을 완수했다. 기관고객 계좌는 1년새 738%가 폭증했다. 올 해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고, 2~3년 후에는 연매출 3000억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홍길용 기자 @TrueMoneystory>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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