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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판’ 인사 지양, 법정관리 쇄신을
광주지법 파산부 선재인 수석부장판사가 7일 부적절한 법정관리인 선임 등으로 인사조치됐다. 친형을 법정관리 중인 기업 2곳에, 고교 동창생 변호사를 기업 3곳의 감사로 선임하고 자신의 전직 운전기사까지 후배 판사에게 법정관리인으로 추천했다니 그야말로 법과 양심의 사법 신뢰를 바닥부터 의심케 한다. 선 판사는 형이 증권회사 근무 경력으로 자금흐름 관계를 잘 알고 운전기사는 전문 경영능력이 필요치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를 납득할 사람은 거의 없다.

단순히 인사조치로 끝날 일이 아니다. 금품이 오간 추가 진정까지 접수된 것을 보면 토착세력이 합작으로 빚어낸 전형적 비리사건으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선 판사는 지난 1990년 판사가 된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재직 2년을 제외한 18년간을 모두 광주ㆍ전남에서 일한 이른바 향판(鄕判)이다. 학연, 지연으로 얽혀 있는 고향에서 지법 부장, 가정지원장, 순천지원장, 고법 부장, 지법 수석부장 등을 거치면서 지역 인사들과 유착이 깊어지자 법관 재량이 큰 감사직을 친지에게 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차제에 법정관리제도 운영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법정관리기업은 이해당사자들의 개입 허용보다 법관의 양심과 법률에 따른 처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법정관리기업의 회생과 파산 여부는 법률지식 외에 고도의 경영 판단능력을 요구한다. 수많은 근로자의 일자리가 걸린 법정관리기업의 관리인 임명과 기업의 회생, 변제, 매각은 경영전문가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판사 1명이 수십개의 부실기업, 수조원대의 자산을 관리하는 현실이라면 부실과 비리 자초는 당연하다. 대리인을 내세워 부실관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파산해야 할 기업은 살고 살아야 할 기업이 파산해버리는 오류도 빈발, 사회적 낭비가 크다. 판사의 비호를 받는 관리인, 감사가 별도로 보조인까지 두고 시간끌기로 일관하는 경우마저 허다하다.

지방법원 내 관리위원회 설치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투명성 감시를 위한 시스템 확보가 시급하다. 경영자 인력 풀(pool) 확보를 골자로 한 파산재판부 운영 보완책이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더 이상 향판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공직이 토착세력과의 결탁을 우려, 향피(鄕避)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데 법관만 그대로 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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