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의 아버지에게 우승컵을 드리고 싶었던 케빈 나의 희망이 아쉽게 무산됐다.
재미교포 케빈 나(28ㆍ타이틀리스트)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 나용훈 씨에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컵을 바치고 싶다며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공동 3위로 마감했다.
전날까지 선두 애런 배들리에 1타 뒤진 공동 2위였던 케빈나는 21일(한국시간) 미국 LA 인근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린 노던 트러스트 오픈 마지막날 생애 첫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버디와 보기를 오가는 힘겨운 라운드 끝에 이븐파로 경기를 마쳤다. 케빈 나는 애런 배들리(12언더파)와 비제이 싱(10언더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케빈 나는 전날 3라운드를 마친 뒤 아버지가 지난해 말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아버지가 건강하시다고 생각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부친 나용훈 씨는 케빈 나가 8세 때 미국으로 건너온 뒤 골프를 가르쳤고, 캐디를 맡기도 했다. 케빈 나는 올초 내한했을 당시 “아버지는 골프장에 연습하러 가면 벙커에 볼을 쏟아 부어놓고 2시간 이상 샷 연습을 하게 했다. 그래서 벙커샷이 페어웨이만큼 편하다”고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케빈 나는 3위로 경기를 마친 뒤 “초반에 실수가 많아 실망스러웠고, 퍼트도 자꾸 열려맞아 스코어를 줄이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에는 만족스러웠다. 나인홀을 더 친다면 좋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가 열린 코스는 케빈 나의 집에서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이라, 친구와 지인 100여명이 나와 응원을 펼쳤다.
한편 최경주(41ㆍSK텔레콤)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 277타로 백전노장 프레드 커플스와 함께 공동 7위를 기록, 시즌 첫 톱10에 들었다.
호주의 애런 배들리는 경쟁자들이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동안 선두자리를 지켜 통산 3승째를 거뒀다. 배들리는 12번홀(파4)에서 티샷이 러프에 빠지며 더블보기를 범해 추격을 허용했지만, 13번홀에서 버디로 만회하며 달아나 한숨 돌렸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