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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릭·클릭…당신의 뇌는 비어간다
웹 훑어보기 습관

집중력·독해력 방해

기억·사고능력 저하 우려

                  …

구글 검색시스템 비판

인터넷 부정적 영향 경고




“지난 몇년 동안 나는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가 어설픈 솜씨로 나의 뇌를 손본 것은 물론 신경 회로를 재배치하고 기억을 다시 프로그래밍한 것 같은 불편한 느낌에 시달렸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이전 같지 않다.” (IT미래학자 니콜라스 카)

“저는 더 이상 ‘전쟁과 평화’와 같은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럴 능력을 잃어버렸어요. 서너 단락이 넘는 블로그 글조차도 집중하기 어려워요. 그냥 쓱 보고 말죠.”(미시건대 의대 병리학자 프리드먼)

마치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 혹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사처럼 들리는 이런 얘기를 이제 주변에서 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탁월한 글쓰기 능력과 지식을 흡수하는데 남다른 이들이 어느날 갑자기 멍청해졌다고 느끼는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링크와 링크로 연결된 웹 페이지를 돌아다니며 무한한 정보와 사진, 소리, 동영상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꽤 똑똑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한편으론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미국 애틀랜틱 지에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글을 기고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는 니콜라스 카는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원제 ‘The Shallw’)에서 2007년 9월 어느날 문득, 자신의 뇌가 기능하는 방식이 바뀐 듯했다며, “나는 이전의 뇌를 잃어버린 것이다”고 고백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글을 읽는 방식을 바꾼 정도가 아니라 사고 체계 자체를 바꿔버렸다는 얘기다. 이는 기분상의 문제가 아니라 뇌과학에서 말하는 뇌의 가소성을 통해 입증된다. 뇌는 끊임없이 재프로그래밍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60년대 TV라는 신미디어의 출현을 보며 마셜 맥루한이 섬광처럼 깨달은 미디어가, 그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변화시킨다는 결정론적 관점을 잇고 있지만 보다 비관적이다. 이런 부정적 시각의 중심에는 온라인시대 읽기 능력의 상실이라는 그의 근본적 두려움이 깔려 있다. 그에게 책 읽기는 단순히 글자해독행위가 아니다. 그는 구텐베르크 이래 활자에 의한 인쇄혁명과 종이책의 등장은 지식의 급속한 보급의 길을 터준 것 이상으로 본다. 외부와 차단된 종이책만이 줄 수 있는 세계와의 교감이라는 문학적 경험이야말로 인간의 사고체계를 바꿔 놓는 중요한 기제로 파악한 것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미디어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 그가 웹상에서의 읽기의 문제점에 주목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웹의 글을 읽는 방식에 대한 연구결과들은 그의 두려움이 근거가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웹 페이지 디자인 컨설턴트로 일하는 제이콥 닐슨이 2006년 인터넷 사용자들에 대한 시선 추적 실험 결과를 보면, 실험참가자 대부분의 시선은 전형적인 책읽기 방식인 한줄 한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닌 재빨리 훑는 방식으로 페이지 아래를 향해 건너뛰듯 내려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페이지를 보는데 투자한 시간은 평균 4.4초. 아무리 훌륭한 읽기 능력을 갖고 있는 이들도 4.4초 동안 읽을 수 있는 단어가 18개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온라인 읽기는 읽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연구자들의 결론은 하나다. 전통적인 개념으로 볼 때 온라인에서는 읽지 않고 있음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가볍게 훑어보기의 전략을 쓸 때 우리의 뇌는 정보의 통합에 있어 덜 직접적이고 더 피상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는 점이다. 당연히 기억의 메커니즘에 따라 이런 읽기는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못해 지식화되지 못한다. 저자는 인터넷이 우리의 사회 경제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어떻게 귀속될 것인지 예언자적인 책임감으로 하나하나 실상을 드러내 보여준다.

저자의 비판은 읽는 인간에서 검색인간으로 변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구글을 겨냥한다. 구글의 수익창출 시스템과 사람들의 웹서핑 속도의 상관관계를 꼬집으며 거대 미디어가 된 포털의 상업적 논리에 따라 우리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준다. 구글의 모든 시스템은 구글의 ‘편리한 검색화’라는 사명에 충실하도록 짜여져 있다. 구글의 광고시스템은 명백히 어떤 메시지가 우리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큰지 알아내고 이 메시지를 우리의 시야 안에 배치하도록 디자인된다. 우리가 웹상에서 행하는 모든 클릭은 우리의 집중력을 깨뜨리고 주의력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데도 그렇게 해둔 것은 클릭할수록 구글이 경제적 이득을 얻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기억과 망각,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저자의 뇌과학, 신경과학, 인문학 등을 넘나드는 날카로운 식견은 그의 우려스런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흔히 미디어의 효과를 얘기할 때 미디어가 전하는 콘텐츠에 주목하지만 기술 자체, 미디어가 인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을 맥루한 이래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이윤미 기자/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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