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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부모 앞에선 무조건 ‘알겠습니다’ 하세요”
위민넷 ‘이주여성 객원기자’ 들의 한국생활 적응 비법은
비슷한 처지 이주 새댁들에

남편·시부모와 관계 등

‘한국 아줌마 되기’ 노하우 전수

타향살이 애환 달래고

지역사회의 다문화 소식 전달

어려운 현실 알리고 정책 제안도



한국 내 결혼이민자ㆍ혼인귀화자는 지난 2007년 12만6955명에서 2010년 18만1671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이제 한국 사회도 ‘다문화사회’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로 주위에서 결혼이주 새댁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위민넷은 올해 처음으로 이주여성을 기자로 임명해 이주여성 자신이 지역사회의 다문화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자신이 한국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사회 적응의 노하우를 알려주겠다는 포부를 가진 이들은 이주민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한국인이 다 돼 있었다.

필리핀 출신의 결혼 13년차인 케네스(여ㆍ31) 씨는 지난 1998년 선교를 위한 교류 차원에서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후 지난 2001년 교회 지인의 소개로 만난 지금의 남편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처음 둥지를 튼 곳은 경기도 성남의 시댁이었지만, 2008년 남편 직장을 따라 지금은 마포구 상암동에서 10살짜리 딸과 5살 아들을 두고 살고 있다.

케네스 씨가 처음 한국에 발을 디뎠을 때는 무엇보다 언어 문제가 가장 컸다. 그래서 스스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케네스 씨는 “필리핀에서는 혼자 알아서 결정할 수 있는 일도 한국에서는 무조건 시부모님과 남편의 의견에 따랐다”며 “무조건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왜’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엿한 한국 며느리가 다 됐다. ‘여우짓’이라는 단어를 써 가며 시부모님을 대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할 때는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지금은 가정 밖에서의 활동에도 왕성하게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구청에서 객원기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는데 덜컥 뽑혔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고장 마포’라는 구청소식지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경험으로 그는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위민넷 기자로 추천을 받았다. “마포구 내 다문화 관련 소식을 전달하고 있지만, 위민넷 활동을 통해 보다 많은 이주여성에게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의 얘기를 전하고 싶다”는 포부다. 


케네스 씨는 취재활동 외에도 지역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다문화센터에서 다른 이주여성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면서 한국사회 적응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남편과의 관계, 시부모와의 관계 등에 대해 조언을 하면서 “젊은 시어머니에게는 화장품 선물도 가끔 하면 괜찮더라”며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조언해 준다. 성산1동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원어민영어교실도 참여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부담스런 시선은 있다.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다른 엄마가 자기 딸에게 같이 놀지 말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때는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한다. 다문화포럼단장이기도 한 케네스 씨는 이주여성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지역 이주여성의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케네스 씨는 “무역 관련 일을 배우고 싶다”며 “필리핀에서 오는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숙을 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조선족 출신인 김만복(여ㆍ37) 씨의 한국 입국 전 경력은 화려하다. 중국 대학에서 재정회계학을 전공하고 은행에서 4년을 근무한 뒤 일본어 학원에서도 3년반 정도 강사일을 하다 지난 2005년 9월 말 한국에 왔다. 중국 학교에서는 한국어보다 북한말에 익숙했던 김 씨는 한국말을 다시 배우는 기분으로 한국어를 배워갔다. 중국 과외를 하려 해도 한국어 능력이 부족해 보여 퇴짜를 맞았지만, 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한 뒤 지난 2008년 4월부터 경기도 광주시 다문화센터에서 통역 봉사도 하고 보건소에서 외국인 근로자 상대로 알리미 봉사를 하는 등 한국사회 적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금은 아동센터에서 주1회 중국어수업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지난해 2월부터 부모교육지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다문화가정으로 찾아가 한국어 교육도 하고 아이들 나이에 맞는 교육안을 짜서 수업도 해주고 있다. 김 씨는 특히 중국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이런 정책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에 위민 기자단에 선뜻 지원을 하게 됐다. 이주여성의 경우 출산을 하게 돼도 친정어머니 없이 혼자 산고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출산일이 임박해서 초청하는 것도 쉽지 않고, 시어머니가 없는 경우는 산후조리도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남는다. 김 씨는 “이러한 현실을 알리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면 제도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나이가 어려 결혼해 한국에 오는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사회에 적응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다”고 앞으로 활동계획을 밝혔다. 

이태형 기자/ thlee@heraldcorp.com



위민넷이란

2002년부터 여성가족부 운영 ‘공익 포털’…여성관련 정책정보 제공


위민넷(www.women.go.kr)은 여성 관련 정책 정보를 제공하는 공익 포털사이트로, 여성가족부가 2002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여성네트워크를 통한 여성 연대를 강화하고 커리어 지원을 위한 무료 교육과 코칭서비스, 보육ㆍ육아 지원을 위한 정보와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여성, 가족, 청소년 관련 정보와 소식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여성가족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민기자단 임명식에는 총 67명으로 구성된 제13기 위민기자단이 구성됐다. 성별로는 여성이 59명, 남성이 8명이고, 연령별로는 10대 2명, 20대 32명, 30대 25명, 40대 4명, 50대 이상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매월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기자단의 집중 취재로 만드는 ‘특집 및 캠페인 기사’,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 리더들을 소개하는 ‘인터뷰 기사’, 사회ㆍ문화, Women-라이프, 대학가 소식 등을 전하는 ‘위민리포트’,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를 다루는 ‘2060 다이어리’ 및 여성 관련 정책이나 정보 등을 제공하는 ‘키위’ 분야에서 위민 기자단이 활동하게 된다. 

특히 올해는 2003년 기자단 창설 이후 처음으로 결혼이민자 여성 8명이 포함됐다. 출신국별로는 중국 2명, 베트남 2명, 필리핀 2명, 일본 1명, 몽골 1명으로, 그동안 한국생활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지난 2003년 도입돼 지금까지 552명의 기자를 배출해 온 위민기자 제도는 대학생, 직장인, 주부, 프리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위민넷 회원들에게 기자활동을 체험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위민넷은 이들을 통해 다양하고 실생활에 가까운 참여형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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